- 헬기 2대 보유했던 그 시절 생생히 기억
- 군부정권 강제폐간 땐 억장 무너지기도
- 1989년 복간 되면서 ‘친정’으로 복귀
- 한일어업협정 특종 보도 아직 자랑거리
- “‘국제만 본다’ 응원 덕에 지치지 않아”

“폐간(1980년~1989년)만 아니었다면 10년 전에 이미 지령 2만 호를 발행했을 건데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지난 40년간 국제신문과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했던 날들이 큰 자산입니다. 지금도 오랜 자부심으로 매일 새벽 신문을 돌리고 있지요.”

	40년 동안 가장 오랜 기간 국제신문 보급소를 운영해온 부산 영도구 청학동 김재곤 보급소장이 매일 새벽 그의 발이 되주고 있는 배달 오토바이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국제신문 부산 영도구 청학·동삼지구 김재곤(64) 센터장은 1978년부터 본지와 인연을 맺고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군복무를 마친 후 보급소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그 시절요? 우리 신문 위상이 대단했지요. 럭키그룹 계열사로 중구 중앙동 국제회관에 취재 헬기 2대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영국) 로이터통신과 협약(1952년 5월)을 맺어 독보적인 외신도 많이 내고 그랬지요. 지역에 다른 신문도 있었지만 경쟁이 안 됐습니다. 중앙지는 하루 지나서 부산으로 오니 이 집도, 저 집도 모두 ‘우리 신문’만 바라보던 때였습니다.”

김 센터장은 “폐간 때는 정말 하늘이 새카매졌다.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과 함께 국내 5대 일간지로서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하루아침에 문을 닫으니 말해 뭐하겠느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살려고 경쟁지 보급소를 했는데 참 많은 설움을 받았다. 1989년 다시 복간했을 때 맨땅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뒤도 안 돌아보고 친정으로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복간 후 부수 확장 경쟁은, 아유 말도 못 해요. 아파트에 신규 입주를 한다고 하면 두 신문사에서 수십 명씩 나와 이삿짐 날라주고 그러면서 몸싸움도 하고. 각자 빨간옷 파란옷을 입고 있었는데 우리를 보던 동네 어르신들은 ‘6·25 전쟁통에 싸우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기억을 더듬던 김 소장은 “우리 신문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해양수산팀을 만들었다(1997년)고 알고 있다. 아무래도 영도에 살다보니 바다관련 기사가 눈에 띄는데 한일어업협상에서 쌍끌이가 제외됐다는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특종보도로 큰 상(1999년 한국기자상)도 받았지 않느냐”고 자랑했다.

화려했던 시절 대신, 지금 신문은 사양산업으로 불린다. 덩달아 보급소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많이 힘들다. 지금 지역 신문들은 어디랄 것도 없이 중앙지를 보면 한 부 더 넣어주는 식의 푸대접을 받는데 안타깝다. 열이 펄펄 날 정도로 국제를 자랑하고 다녔던 그때의 자부심으로 지금도 자정에 나와 오전 6시30분까지 일한다. 그래도 ‘국제 아니면 안 본다’는 열혈 독자분들이 계셔서 우리 신문도 살고, 나도 지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사의 수십년 역사를 줄줄 꿰며 “우리 신문, 우리 신문”이라는 애정 어린 칭찬과 질책, 당부를 아끼지 않는 영원한 국제맨이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