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3년 2월 화폐개혁 특종
- 전국 10만 부 판매 최고기록
- 4·19, 5·18 등 고발 보도 앞장
- 역사현장 지키며 권력에 맞서

- 녹색도시 이끈 ‘부산을 푸르게’
- 산복도로 재발견 ‘… 르네상스’
- 새로운 공동체 제시 ‘전력질주…’

- 사회 변화 이끈 기획물부터
- 부조리 고발 비판 기사까지
- 더 나은 사회 만드는 데 기여

국제신문은 1947년 9월 1일 부산 중구 동광동에서 창간호를 낸 이후 2만 호 발행에 이르기까지 부산과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와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해방과 전쟁기, 산업화와 독재 시절, 민주화와 세계화라는 부침 속에 오로지 독자만을 위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텨온 세월이었습니다. 그 긴 시간 숱한 영광과 함께 좌절 또한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창간 정신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왔습니다.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시리즈의 주인공 개금동 어르신들이 환하고 웃고 있다.

영광의 순간들에는 항상 독자가 함께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숱한 특종으로 전국 일간지의 반열에 오른 것이 그 시발점입니다. 1953년 2월 16일 화폐개혁 특종을 보도한 날은 가두판매만 무려 10만 부라는 한국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전쟁 관련 보도에서 단연 독보적이었던 국제신문 뉴스를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에게 공급할 정도였으니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위상은 1960, 70년대로 이어지면서 중앙 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국 5대 일간지의 반열에 당당히 오를 정도였습니다.

	1953년 화폐개혁 특종을 보도한 지면.

이 과정에서 국제신문은 언제나 권력에 비판적이었습니다. 1960년 4·19혁명은 물론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지키며 부정한 권력을 고발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기자를 급파, “시민이 폭도가 아니다”라고 보도한 언론은 국제신문이 유일했습니다. 진실에 목말라했던 국민의 편에서 권력을 비판했던 대가는 엉뚱하게 돌아왔습니다. 1980년 신군부 세력에 밉보이며 강제 폐간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신문 구성원들은 절치부심 끝에 다시 일어섰습니다. 1989년 2월 1일 복간호를 내며 9년간의 공백에 종지부를 찍은 것입니다.

복간 이후에도 오직 독자와 지역을 위한다는 초심을 변함없이 이어왔습니다. 그 결과는 수많은 기획기사와 특종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2001년 창간 54돌을 맞아 시작한 기획 캠페인 ‘부산을 푸르게’ 시리즈는 ‘녹색 도시 부산’을 이끄는 단초가 됐습니다. 2009년 4월부터 이어진 ‘그린워킹 문화혁명’ 시리즈는 이젠 부산의 상징이 된 ‘갈맷길’이라는 소중한 자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산만의 특징이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산복도로에 주목한 것도 국제신문이었습니다. 2010년 부산 원도심의 산복도로를 6개월간 대탐사한 ‘산복도로 리포트’ 기획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마중물이었습니다. 국립부산과학관이 들어선 것도 지역 꿈나무를 위한 국제신문의 줄기찬 보도와 캠페인의 결과였습니다. 지난해 6~10월 기획 보도한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기사는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8·10통 어르신들의 자활 의지를 북돋고, 이들이 스스로 활기찬 생을 꾸릴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보도한 지면.

국제신문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시리즈는 취재팀이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8·10통에 셋방을 구해 7개월간 살면서 이 마을 어르신들의 자활 의지를 북돋고, 스스로 활기찬 생의 마지막을 꾸릴 수 있도록 ‘대안가족’이라는 해법을 제시한 기사입니다. 취재팀은 마을에 머물며 어르신들과 점당 10원짜리 고스톱을 치고 감자를 함께 쪄 먹고 폐지를 함께 주우며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처음 취재팀에게 냉담했던 어르신들은 차츰 자신들의 굴곡진 과거사와 숨겨온 특기 그리고 하고 싶은 꿈들을 털어놨습니다. 이후 ‘반찬과 콩나물 만들기’로 어르신들은 ‘대안가족 사업’의 기반이 될 ‘전력질주 협동조합’을 스스로 형성했습니다.

무엇보다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시리즈는 민·관·정 협치에 기업의 사회공헌까지 더해지는 새로운 복지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부산시와 시의회는 올해 ‘대안가족 사업’을 시의 시범 사업으로 정해 예산 투입을 확정했고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부산신항만주식회사는 대안가족센터를 세우기 위해 마을 주민이 무상 제공한 창고를 리모델링하고, 사업에도 직접 참여합니다. 대안가족센터 ‘정겨움’은 3개월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1월 30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시민들이 ‘그린워킹 문화혁명’ 시리즈를 계기로 만든 갈맷길을 걷고 있다.

국제신문은 시민의 안전을 위한 역할도 충실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2개월 동안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의 설계상 위험을 지속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요금소를 통과한 차량들이 고속도로 진입로를 찾지 못해 엉뚱한 길로 들어서거나 후진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기사를 첫 보도한 뒤 문제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습니다. 지역 국회의원의 외압으로 계획도 없던 위험천만한 회전교차로가 고속도로에 설치된 점도 밝혀냈습니다.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한국도로공사와 부산시, 그리고 경찰이 보강 공사에 나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신문은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부실 설계 보도를 주도했고, 지난 2월 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제32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부문에 선정되는 영예도 차지했습니다.

복간 이후 이뤄낸 이 같은 성과가 국제신문만의 노력의 결과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기사에 독자의 열렬한 화답이 없었다면 감히 변화를 일궈내지 못했음은 분명합니다. 아픔을 딛고 이만큼 일어선 국제신문의 성장은 독자와 시민 여러분의 몫이기도 합니다. 이런 화답과 격려는 우리에게 더 멀리, 더 높이 뛸 수 있는 든든한 자양분입니다. 신발끈을 더욱 조이게 하는 더없는 원군입니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에 대한 목소리도 높여가겠습니다. 국제신문은 그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어느 언론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집중적으로 보도해왔습니다. 이제 개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지역민의 강력한 지방분권 의지가 제대로 담기도록 독려와 감시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국제신문이 꾸준한 보도와 캠페인으로 일군 국립부산과학관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오랜 세월 모든 권한이 중앙에 집중된 폐해를 지역민들은 똑똑히 목도해왔습니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는 데 지난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면 중앙으로부터 지역 이기주의라는 황당한 답이 돌아온 게 비일비재했습니다. 지역민들의 든든한 뒷받침은 국제신문이 이처럼 지역을 대변하고 균형발전을 줄곧 외칠 수 있었던 동력이었습니다.

지령 2만 호를 맞은 오늘, 국제신문은 다시금 지역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지난 71년의 성장을 이끌었던 것처럼 새롭게 비상하려는 국제신문의 미래 또한 동반자는 지역과 독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와 언론 환경 속에서 국제신문은 또 다른 새로운 출발점에 섰습니다. 앞으로도 변함 없는 사랑으로 우리 곁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