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명 신고했지만 2차 피해 떠안아
학교폭력을 경찰과 교육청에 신고했더니 오히려 2차 피해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학교폭력 조사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와 교육청에 학교폭력을 신고한 학부모 A 씨. A 씨는 지난달 초 지역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B 군의 팔 등에서 손톱으로 긁힌 상처를 발견했다. A 씨는 수차례 발견되는 상처에 아들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B 군이 부모에게 밝힌 사정은 이랬다. 같은 반 친구 C 군이 반 친구들을 향해 크고 작은 폭행을 행사했는데 자기도 피해자라고 털어놓았다. C 군은 작은 액수의 현금을 빌려 간 뒤 갚지 않기도 했다. C 군은 또래 친구보다 덩치가 커 반에서 다른 학생이 두려워했다. 같은 날 정오 C 군은 학생주임 교사에게 불려 갔다. C 군은 반에 돌아와 “누가 나를 경찰에 신고했느냐.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경찰이 나서 수사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신고 직후 경찰이 학교에 학교폭력 신고 접수 사실을 전화로 알렸다. 학교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들을 서로 분리시키지 않은 채 C 군을 불러 조사했다. 그 결과 가해 학생이 다시 반으로 돌아와 2차 피해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차 피해에 대한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치자 해당 학교는 그제야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학교는 다음 날인 지난 25일 오전 11시께 담임 교사가 학급 학생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낮 12시15분 C 군을 ‘출석 정지’ 조처했다.
이에 동래경찰서 관계자는 “애초 익명으로 학교 폭력이 신고됐다. 피해자 신고였다면 진술 조사와 동시에 직접 수사에 나섰겠지만 익명이라 학교 측에 진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수사는 경찰이 하되 2차 피해는 학교가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산외대 김철준(경찰행정) 교수는 “학교 폭력의 2차 가해는 같은 공간에서 교묘하게 벌어지는 만큼 학교 교사가 꼼꼼하게 포착하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서로 격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