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신입 행원 공채서
- 전 은행장 손녀 등 부정채용
- 합격권 지원자 3명은 탈락
- 박재경 전 사장 사실 부인

부산은행이 신입행원 공채에서 채용 청탁을 해온 전 국회의원의 자녀 등을 합격시키려고 다른 지원자 3명을 탈락시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4일 부산지법에서 형사4단독 강희석 부장판사 심리로 박재경 전 BNK 금융지주 사장, 강동주 전 BNK 저축은행 대표, 전 인사 부서 소속 2명의 채용비리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첫 공판이 열렸다. 이들은 전 국회의원 조문환(59) 씨의 딸 A 씨와 전 부산은행장 이모 씨의 외손녀 B 씨를 채용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2015년 8~10월에 진행된 5, 6급 신입 행원 공채에서 단계별 합격자 수를 늘려 A 씨가 다음 전형을 치를 수 있도록 조치하고, 면접 점수를 부풀려 최종합격시켰다. 부산은행은 당시 경남의 한 연구기관장으로 재직했던 A 씨의 아버지인 조 씨를 경남도와의 대화 창구로 삼고 있었다. 부산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자 경남도가 경남은행과의 시금고 계약을 해지하는 등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때였다.

조 씨는 그해 9월 부산은행 경영지원본부장이었던 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부산은행에 지원했으니 잘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이후 조 씨는 딸의 2차 필기시험 점수가 불합격으로 파악되자 다시 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채용을 청탁했다. 박 사장이 “다음에 7급에 지원하면 안되겠느냐”고 말하자 조 씨가 “그렇게는 못 하겠다. 딸이 유학을 다녀왔는데도 안 되냐”고 화를 냈다. 그러자 박 사장은 옆에서 통화 내용을 함께 들었던 인사부 간부에게 “들었지? 무조건 합격시켜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인사담당 임원이었던 강 사장 등은 정성평가 부문에서 A 씨의 점수를 높였다. A 씨가 최종 면접을 치를 땐 면접관이었던 박 사장이 높은 점수를 줬다.

검찰은 B 씨가 합격한 배경에도 부정한 청탁과 조직적인 점수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B 씨의 채용 청탁은 전 부산은행 부행장을 통해 인사담당자에게 전달됐고, 인사부 간부, 강 전 대표에게 보고됐다. 강 전 대표 역시 청탁자인 전 부행장에게 직접 잘 살펴봐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이들은 면접에서 B 씨의 면접 점수를 올리고, 동점자인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낮추는 방법으로 B 씨를 합격시켰다. 검찰 조사 결과 A, B 씨를 합격시키느라 합격권에 들었던 지원자 3명이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법정에서 박 전 사장 외 3명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 전 사장은 “채용 청탁을 받은 사실을 인사부에 알렸을 뿐 합격을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박 전 사장은 지난 23일 사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법원에 보석허가를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여전히 등기 이사로 등재돼 있어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재판부에 기각을 요청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