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왜선 위협과 외세의 조정압박
- 나라의 흥망성쇠가 이 길에 달렸다
- 새로운 포 개발·진지 구축 더불어
- 비밀리에 화약까지 들여오는데…
- 큰 일 하고픈 필복과 역관 이명수
- 절영해안길서 꿈 이룰 수 있을까
1.절영해안길 앞바다, 새벽
-칠흑 같은 밤, 절영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다. 흐릿하게 윤곽을 드러낸 범선 한 척과 그 배에 바짝 붙은 통선 한 척. 그리고 범선에서 통선으로 항아리를 내리는 인부들과 그 항아리를 전달받는 통선 인부들의 실루엣. 범선 인부들 뒤편에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범상치 않은 한 사람. 어둠 속 작업이 위태롭게 보인다. 신경질적인 동작을 하는 인부들. 범선의 한 인부가 선창으로 가더니 헝겊이 감긴 막대를 들고 온다. 그자가 부싯돌로 불을 지피려 하자 감시하던 이가 이를 저지하고, 주변 인부들은 감시하는 이에게 저항하며 불을 붙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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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절영도(絶影島)라 불리운 영도는 고려말부터 왜구의 노략질이 심했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도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의 제1군이 영도 앞바다를 통해 상륙한 뒤 부산진성을 공격했다. 조선 후기 동래부사 정현덕은 봉래별곡(蓬萊別曲)에서 ‘산 아래엔 삼천 준마 뛰놀고, 점점 깊이 들어가니 작은 어촌 뿐’이라며 당시 절영도를 묘사했다. 사진은 영도 절영해안길 풍경. 국제신문DB |
육지에서 바라본 두 배의 풍경, 작은 불빛이 반짝이다 곧 조금 더 큰 횃불이 켜진다. 횃불에 의해 드러난 상황은 11명의 인부와 이들과는 의복이 차이 나는 한 사람이 항아리가 잔뜩 쌓인 통선과 범선 사이에서 실랑이한다. 그 과정에서 횃불이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갑자기 횃불을 든 인부가 넘어지고, 횃불은 쌓여있는 항아리 쪽에 떨어진다. 곧이어 폭음과 함께 두 배는 바다 위에서 큰 섬광이 된다. 어둠을 물리치듯 갑작스럽게 쏟아져 뿜어 나오는 불꽃들. 바다 표면은 반사된 불빛으로 빛 그림을 그린다.-
2. 초량왜관 관수사, 같은 시간
-폭발음에 놀라 잠을 깨는 관수, 방문을 열어 보니 하늘로 불꽃이 쏟아 오르고 있다. 왜관 내 이곳저곳 일본식 가옥에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하늘을 보며 웅성거리는 모습. 관수의 뒷모습과 함께 멀리 절영해안길 앞바다가 불꽃으로 일렁인다.-
3.하늘을 물들이는 불꽃 이미지
-그 위로 제목 <그림자를 물들이다> 나타났다 사라진다.-
4.절영해안길, 아침, 폭발 사고 열흘 전
-낚싯대를 어깨에 걸고 한 손엔 물고기 두어 마리를 새끼로 묶어 든 필복이(10세)가 걸어온다. 반가운 듯 정면을 향해 미소 짓는 필복이, 신나게 뛰어오는 필복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명수.-
필복이 : (놀리듯)샌님, 오늘 일찍 행차십니다.
이명수 : 이놈, 아침 댓바람부터 뭔 수작이냐? 근데 꽤 큰 놈을 잡았구나.
필복이 : 히히, 아직 식전이시면 생선구이에 밥 한술 뜨고 가심은 어떠신지?
이명수 : 이놈이 계속 수작질이구나. 허허, 난 오늘 일찍 일이 있으니 그리는 안 되겠다. 하지만 네 놈이 내일도 큰 고기를 잡는다면, 한번 생각해 보마.
필복이 : 이 필복이의 낚시 실력을 모르십니까? 내일이고 모레고 분부만 하시면 맛있고 살찐 생선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명수 : 말만이라도 고맙구나. 그건 그렇고 지난번 내 옮기라고 했던 책은 다 받아썼느냐?
필복이 : (한풀 꺾이며) 그게 이번 책은 읽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도통 이해도 안 되어서. 아직.
이명수 : 이놈! 그래 가지고 어찌 글을 깨치겠느냐. 분명 네 입으로 넌 이름부터가 필복이니 꼭 글을 익혀서 복을 얻을 팔자이니 반드시 글을 배우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장차 나처럼 왜국말과 중국말을 깨쳐서 역관으로 일하겠다 하지 않았느냐 말이다. 그런데 꾀를 부린단 말이냐. 당장 때려치우고 어부나 되거라!
필복이 : 잘못했습니다요. 잠시 핑계를 댄다는 게… 오늘 다 옮겨 적겠습니다. 다신 그렇게 말씀하지 마셔요.
이명수 : (타이르듯) 필복아, 잘 들어라. 지금 너와 내가 서 있는 이 길은 옛부터 이 나라의 맨 끝부분으로 바다 건너 왜국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저 바다 너머에서 흘러 들어오거나 침범해온 수많은 외적을 맨 처음으로 막아내고 지켜오기 위해 우리처럼 많은 역관들이 여기서 일 해왔다. 지금 점점 더 외부 세력이 조선을 위협하고 있고, 더 많은 역관들이 나와 이 상황을 조선에 이롭게 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 그런 연유로 내가 널 받아들이고 공부도 시키는 것이 아니냐. 일개 어부로 그냥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 거라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기로 약조했지 않았느냐 말이다. (절영해안길을 가리키며) 적어도 이 길을 걷는 자는 이 길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이 길을 성심을 다해 걸으면 이 나라의 앞날을 여는 길이 될 것이요, 우리의 꿈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이 길을 걷는 다면 이 길은 너의 앞날을 망치고, 나라에 해를 입히는 길이 될 것이다.
필복이 : (미안해하며) 네, 근데 이 길이 그렇게 중요한 길입니까? 전 매일 오가지만 길이 그냥 길이지 그리 큰 뜻이 있다는 걸 느끼지는 못해서요.
이명수 : 잘 들어라. 내가 이 길을 지나 절영포에서 범선을 타고 다녀오는 곳이 어디더냐. 왜구들이 살고 있는 대마번이 아니더냐. 그리고 잠잠하다 싶으면 나타나 도적질을 일삼는 왜구들이 늘 이 길로 동니를 드나들지 않더냐. 이 길은 바다 건너 왜국과 이 나라를 이어주는 중요한 길이다.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곧 나라의 우환이 되는 것이야. 넌 이 길을 통해 나라를 지키고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일에 종사해야 하는 것이다.
필복이 : 그러니까, 제가 이 길을 지키는 호위병이 되는 것이군요.
이명수 : 그보다는 더 큰 사람이 되어야지. 적어도 바다를 곁에 두고 사는 대장부라면 큰 세상과 소통하며 나라를 이롭게 하는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복이 : (웃으며) 제가 모질라서 잘 이해는 못하지만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요.
-두 사람이 걸어가는 절영해안길에 아침 햇살이 포근하게 겨울을 물리치듯 내려 쪼인다.-
5. 대마번주의 집, 낮, 폭발 사고 며칠 전
-정원 연못의 잉어에게 먹이를 주며 돌 위에 걸터 앉은 대마번주 소우, 평온한 풍경 너머로 전령에게서 온 전갈을 받아들고 다가오는 가신.-
가신 : 동래부에서 다시 연락이 온 듯합니다.
소우 : (시선은 연못을 향한 채) 그래 준비는 다 되었나?
가신 : 네, 미곡과 면사, 그리고 인삼은 창고에 잘 정리해 두었고, 조선으로 갈 화약은 항아리에 담아 총 백 개를 준비해 둔 상태입니다. 역관 이명수와 명일 만나 확인 후 도항 계획대로 옮길 예정입니다.
소우 : 입단속은 잘 되어 있겠지?
가신 : 네, 걱정 마십시오.
소우 : 정 부사에게 모든 게 순조롭다고 서신을 보내게.
-연못 속 잉어가 몸을 튕기며 먹이를 향해 방향을 바꾼다. 연못 표면으로 잔물결이 퍼진다.-
6. 동래부, 해질녘, 현재
-관헌 기둥을 한 손으로 짚고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는 정현덕 부사, 결의에 찬 얼굴 표정 위로 붉은 노을빛이 어른거린다.-
7. 필복이의 초가, 저녁, 폭발 사고 며칠 전
-호롱불 아래 어망을 손질하고 있는 필복이 아버지, 그 옆에서 책을 필사하고 있는 필복이. 아버지가 필복이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다가.-
아버지 : 이놈아 니까짓게 글은 무슨 글이냐!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판에 그깟 책에서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쯧쯧.
필복이 : 아버지, 이건 길을 지키고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명수 나리가 말씀하셨어요. 절영해안길을 지키려면 빨리 글을 깨쳐야 한다구요.
아버지 : (화내며) 이놈아 나라를 지키는 건 정부사 나리나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지 우리 같은 뱃놈들이 할 일이더냐. 그리고 이 절영길이 뭐 대단하다고… 이런 낭떠러지 길이 뭔 도움이 된단 말이냐.
필복이 : 잘 모르겠지만 명수 나리가 이 길을 지켜야 나라가 산다 하니 그리 알고 있는 건데.
아버지 :(손찌검할 듯하며) 이놈이 어디 가서 바람이 들어가지곤… 그 잘난 명수 나린가 뭔가 아예 그리 가 살거라. 이 집에선 국물도 없으니!
필복이 : (건방 떨며) 그럼 나리 따라 저도 왜국에도 가고 왜국말도 하고 그리 살아도 된다는 말이죠? 아무래도 전 체질이 좀 남달라서… 히히.
아버지 : (때리려고 다가가며) 이놈이 말귀를 못 알아 처먹고….
필복이 : (도망가며) 아이! 아깐 가라면서요!
-절영해안길 위 필복이 초가집이 초승달 아래에 한적하게 보인다. 초승달이 점차 줄어들며 밤하늘이 칠흑으로 덮여간다.-
8. 대마도 아소만 외딴 곳, 밤, 사고 이틀 전
-범선에 실린 항아리를 점검하는 이명수, 대마번주 가신이 옆에서 상황을 설명 중이다. 칠흑 같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이명수.-
9. 동래부, 낮, 폭발 사고 석 달 전
-정현덕 부사와 마주 하고 있는 이명수.-
정현덕 : 이제 더 늦추어서는 안 될 시기가 온 듯하군. 내 진작 지금과 같은 위기가 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최근 양선과 왜선들이 저지르고 있는 위협 행위와 조정을 압박하는 외국 세력들을 볼 때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을 거 같다. 그간 새로운 포를 개발하고 진지를 비밀리에 구축해 오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할 수 있지만 화약 없이는 무용지물이니 이제 꼭 필요한 화약 확보를 서둘러야 할 것이야.
이명수 : 분부하신대로 대마번주와의 밀약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 쪽에서 준비가 끝나는 대로 무사히 운반만 하면 계획대로 모든 채비가 갖추어질 겁니다.
정현덕 : 이 거사는 자네와 나, 그리고 소우 번주 외에는 비밀로 되어 있으니 끝까지 외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야 하네. 이 나라의 운명이 여기에 달려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일이야. 우리가 먼저 강해지고 외세에 맞설 수 있지 않으면 이 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라고 할 수 있지.
이명수 : 이 몸 한 치 어긋남 없이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10. 초량왜관 거리, 낮, 폭발 사고 일주일 전
-활기찬 왜관 거리, 마치 제 나라인 듯 활보하는 왜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명수, 왜관 거리를 걷는 이명수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11. 절영해안길, 해질녘, 폭발 사고 일주일 전
-이명수와 필복이가 해안 암벽 위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앉았다.-
필복이 : 저는 언제쯤 왜국의 말도 잘하고, 나랏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명수 : 저 바다는 그냥 바다가 아니다. 절영해안이 저 바다를 곁에 두고 넓은 세상에 대해 꿈을 꾸게 해주는 장소인 것이지.
필복이 : 그러고 보니 제가 이 바다 마을에 태어난 것도 예삿일이 아니군요.
이명수 : 그럼. (옷섶에서 호패를 꺼내) 이건 내가 역관임을 증명해주는 호패다. 단순한 나무 조각이 아니다. 이걸 가지고 있다는 건 저 바다와 이 땅을 지켜나가라는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길 위에서 품에 둔 이 호패를 느끼며 걸을 때마다 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바다와 이 나라 사이에 이 길이 있고, 나와 이 나라의 운명 사이에 이 호패가 있는 것이지.
필복이 : (감동받은 듯, 힘차게) 네! 저도 꼭 나리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요. 그래서 이 절영해안길이 그냥 동니 길이 아님을 알리겠습니다요.
-먼 바다에서부터 차츰 어둠이 찾아온다.-
12. 먼 바다, 새벽, 사건 당일
-어둠을 뚫고 숨죽인 듯 범선이 항해하고 있다. 선창에서 육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이명수. 후미에 모인 인부들, 일부는 잠을 자고 일부는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인부1 : (조용히) 이봐, 저 항아리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인부2 : 뭐 특별 날 게 있겠나? 저 양반이 예사롭지 않은 걸로 봐서는 나라에 필요한 게 아닌가 싶은데, 우리는 일당만 잘 받으면 되지 않겠나?
인부1 : 생각해보게, 나라에 필요한 물건이라면 야밤에 몰래 들여가는 게 수상한 일 아닌가? 정당한 물건이라면 이렇게 밀거래를 하진 않을 거 아니냔 말이지.
인부3 : 금붙이나 보물이 들었다는 얘긴가?
인부1 : 그야 알 수 없지. 개수도 많고 밀봉을 해서 내용물을 알 수 없게 해놨으니… 혹 우리한테 해코지가 올까 해서 그러지.
인부2 : 뭔 말을… 재수 없게 시리. 조용히 일 끝내고 집에 가는 게 상책인 듯싶네.
인부1 : 뭔가 예감이 안 좋으니 하는 소리지 .
13. 동래부, 새벽, 사건 당일
-뜬 눈으로 고민에 잠긴 정현덕 부사. -
14. 필복이집, 새벽, 사건 당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필복이, 나무 조각으로 만든 가짜 호패를 만지작거리며 웃음 짓고 있다.-
15. 절영해안 가까운 바다, 새벽, 사건 당일
-범선으로 통선이 다가오고 범선의 인부들이 통선에 줄을 놓아 두 배가 멀어지지 않도록 작업 중이다.-
인부1 : 이거 뭐 천지가 깜깜해 일을 할 수가 있나?
이명수 : 허허, 내 이 일은 조용히 소리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누누이 당부하지 않았느냐. 잔말 말고 맡은 일들을 하게.
인부1 : 나리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어두워서야. 일단 항아리 내리는 동안이라도 불을 좀 놓으면….
이명수 : 이 사람이 자꾸 두말하게 할텐가. 불은 안되네.
-범선에서 통선으로 항아리가 옮겨진다. 어둠으로 인해 항아리도 부딪히고 인부들도 서로 몸이 부딪히며 작업이 어렵다.-
이명수 : 이보게 조심하래도. 귀중한 물건이니 잘 옮겨야 해.
인부1 : 아니 나리, 이렇게 어두운데 어떻게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잠깐이라도 불을 좀 켜야겠습니다!
-인부1이 횃불 막대를 챙겨온다. 이명수가 인부1을 저지하려 한다. 잠시 실랑이가 있다가 인부1이 결국 부싯돌로 불을 일으켜 횃불을 붙인다. 이때 항아리 하나가 다른 항아리와 부딪혀 부서진다. 순간 불이 항아리에서 나오는 가루에 옮겨 붙으며 섬광이 생기고 큰 폭발음과 함께 범선과 통선, 두 배가 화염에 휩싸인다. 비명 소리와 불이 붙은 채 바다에 빠지는 인부들 그림자. 주변 바다가 순간 환한 불기둥으로 밝아진다.-
16. 절영해안, 아침, 사건 당일
-초량 왜관에서 나온 관수와 왜인들이 폭발 현장 주변에 모여 있다. 동래부 관원들도 나와 어부들과 배를 동원하고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필복이도 근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관수 : (동래부 관원에게)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가 모르는 일을 정 부사가 꾸민 건가?
관원 : 정 부사께서도 무슨 일인지 모르니 가서 잘 조사해 보라고만 말씀하셨습니다.
관수 : 아니 배 잔해들을 보니 뭔가 몰래 반입하려는 물건이 있었던 듯한데. 정말 정 부사가 모르는 일이란 말이냐.
관원 : 그동안 밀반입은 모두 왜인들 소행 아니었습니까. 오히려 관수께서 숨기고 계신 게 있는 거 아닙니까?
관수 : 이 사람이! 언제 우리가 밀반입을 했다 하느냐. 내 이를 조사해 동래부와 관련이 있다면 문제제기를 할 게다. 일본에도 보고할 테고.
-잔해를 수습하는 해안가 풍경은 어수선하지만 한편으론 애잔한 느낌을 준다. 필복이가 해안가 자갈돌 사이에서 뭔가를 발견한다. 이명수의 호패다. 주변을 살피며 몰래 호패를 숨기는 필복이, 필복이의 표정이 달라진다. 먼 바다를 바라보며 이명수의 얼굴을 떠올린다. 파도로 반질하게 물기에 감기는 자갈돌과 필복이의 눈망울이 겹친다. 절영해안길 언덕 너머 바다까지 길이 연결된 듯한 풍경, 그 길을 필복이와 이명수가 걸어가고 있다.-
김희진 영화감독·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
※공동기획:부산시문화원연합회, 국제신문,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지식문화연구소 (주)리멘Li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