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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때 불법구금 청년 40년 억울함 푼다

시위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대학생이란 이유로 끌려가…금융권 취업 취소되고 구류

  • 국제신문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18-03-29 19: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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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내달 18일 재심 선고

1979년 10월 17일 밤 9시께 부산 중구 남포동. 창선파출소 앞을 걸어가던 송두한(당시 24세) 씨의 뒷덜미를 누군가 잡아챘다. 등 뒤에는 경찰이 서 있었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으로 금융권 취업 축하 차 선배와 저녁을 먹은 뒤 집으로 향하던 송 씨는 당황했다. 경찰은 송 씨의 행색과 옆구리에 낀 원서 전공 책을 훑었다. “잠깐 같이 좀 갑시다.” 박정희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난 지 이틀째 되던 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송 씨는 20일 가까이 경찰에 붙들려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29일 부산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한 송두한 씨. 서순용 선임기자
이날 자정께 송 씨는 중부경찰서로 인계됐다. 송 씨는 “좁은 유치장에 100명 넘는 사람이 빼곡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빨갱이 새끼’로 지칭됐다. 욕설과 폭행도 이어졌다. “열 손가락 지장을 다 찍어.” 설명도 없이 경찰이 내민 서류에서 송 씨는 간신히 한 문장을 읽었다. ‘동주여상 앞에서 시위에 가세해 돌을 던짐’.

송 씨는 그저 집으로 가던 길이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그를 무릎 꿇린 채 무릎 뒤쪽에 곤봉을 끼워 힘껏 흔들어댔다. 고통과 두려움 속에 송 씨는 지장을 찍었다. 경찰은 송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정희가 죽었다는데.” 이런 소식이 들려오면서 경찰의 태도가 바뀌었다. ‘빨갱이’라는 매도나 폭행은 사라졌고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학생은 구류 1주, 민간인은 2주.” 갇힌 지 11일 만에 받아 든 즉결심판 판결은 화가 날 만큼 간결했다. 난리 통에 아들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송 씨의 부모는 판결 이후에야 경찰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송 씨는 구류를 마치고 18일 만에 중부서를 나섰다. 금융권 취업은 취소됐다. 송 씨는 1981년 1월에야 다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39년이 지난 29일 송 씨는 민주공원에서 자신이 경험한 국가의 폭력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영문 모를 불이익을 이미 겪어본 그는 가족 외에 누구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않았다.

송 씨는 2016년 부마항쟁 진상규명위로부터 항쟁으로 인한 피해를 봤다는 의미의 ‘항쟁 관련자’로 인정받았고, 7일 구류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을 받아들인 부산지법은 다음 달 18일 최종 선고를 내린다. 송 씨는 “이미 30년이 지나 내 구류의 공식 기록은 사라졌다. 하지만 재심에서 구류 판결 자체가 취소되면 40년간 간직한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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