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5시39분 부산 소방에 이웃집에서 연기와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문이 잠긴 집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자 이웃 주민이 창문을 뜯어내고 소리쳤다. “불이야. 나와요”라는 이웃 의 외침에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4분여 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10분 만에 불을 껐다. 큰방 침대에서는 초등학생 아들 2명이 방바닥에서는 아버지와 중학생인 큰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유독가스를 마셔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들은 화재에도 움직인 흔적 없이 누운 채로 발견됐다. 이날 소방과 경찰이 합동 감식을 벌였지만 뚜렷한 화재 원인이나 발화 지점은 밝혀지지 않았다. 큰방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곳에 놓인 가재도구 등이 가장 많이 불에 타 발화점으로 추정되지만, 불이 붙은 정확한 지점과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이 발견된 큰방에서는 화재 당시 탈출을 시도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해 30일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불이 난 현장은 소방시설법이 개정되기 전 1979년 지은 아파트여서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 소방시설법이 개정돼 6층 이상의 공동주택의 경우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부경대 최재욱(소방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가 있으면 초기에 화재 확산을 막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에서도 불법주차된 차들 탓에 소방차의 진입이 막혀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화재 신고 접수 후 소방 선착대가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4분여. 그러나 지상 주차장에 이중주차된 3대의 차로 인해 더는 소방차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소방대원은 소방차를 아파트 입구에 세우고 약 90ｍ 떨어진 화재 현장까지 소방호스 9장을 연결한 뒤 진화작업을 시작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