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부터 SW교육 의무화로
- 학부모 불안심리 노린 학원 등장
- 학교 수업으로 충분한 것 알려야
- 시간 확대·평가방법 고민도 필요

올해부터 중학교에서, 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교육이 의무화되지만 이제 첫 발을 내딛는 단계인 만큼 아직 넘어야 할 산도,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전문가들은 창의적·논리적 사고력 신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SW교육의 개념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4일 부산진구 놀이마루 내 부산SW교육지원센터에서 열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1회 부산SW교육 학생 해카톤 대회’ 참가자들의 활동 모습. 부산시교육청제공

■SW교육 개념부터 정립해야

정부는 SW교육 도입 취지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들고 있다. SW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프로그래머 양성이 아니라 이를 통해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SW교육 핵심인 알고리즘 개념은 쿠키나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배우고, 컴퓨터를 활용하지 않는, 언플러그드 수업도 상당수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SW교육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정’이 아닌 ‘결과’에 집중하면서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우는 수업이라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은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학원 문을 두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이모(여·45) 씨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프로그래밍 언어도 생소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이오지 않아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학원들도 이 같은 부모들의 불안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함께 전국 소프트웨어 학원을 대상으로 과장·허위광고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 135곳이 적발됐다. 이 중 98개 업체는 등록 학원으로, 교습비 미게시, 허위·과장광고, 교습비 거짓 게시 등(학원법 위반)으로 적발됐으며, 등록하지 않은 학원이나 신고 없이 영업 중인 개인교습자로 의심되는 28개 업체도 적발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부산교대 컴퓨터교육과 임화경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표현하는 과정을 배우면서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SW교육의 목적인데 부모 상담을 해보면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 교육을 통해 이 같은 취지와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가방법도 고민해야

당장 이번 학기부터 상당수 중학교에서는 SW교육을 정규 과정으로 편성해 수업을 시작했지만 평가방법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프로그래밍언어와 피지컬 컴퓨팅까지 배우게 되는 중학교에서는 새로운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결과물에 평가가 집중될 경우 수업 취지 자체가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라대 컴퓨터교육학과 남재현 교수는 “이전 컴퓨터 활용 수업이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는데, 이번 코딩 교육도 오지선다 같은 이전 평가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가 아닌 문제 해결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업 시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13년부터 SW교육을 시작한 에스토니아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로봇을 이용한 코딩교육을 받고 있으며, 스웨덴과 핀란드 역시 교과 융합형태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SW교육을 받는다.

임 교수는 “SW수업을 학문으로 보지 않고 활용의 시각으로만 보다 보니 2년에 걸쳐 17시간 밖에 배정받지 못한 것”이라며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 역시 “중학교에서 34시간으로는 코딩을 통한 창의력 신장은 요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