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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로 몸살 앓는 거장 이우환의 작품…인식도 관리도 낙제점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전시 조각, 심한 낙서 발견돼 경찰에 신고

  • 국제신문
  • 박정민 박호걸 기자
  •  |  입력 : 2018-03-25 19:15:55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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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홍보, 감시장비·인력 부족
- 가치 못살리고 훼손 위험 노출

부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세계 미술계 거장 이우환(82)의 야외 조각작품이 관람객의 낙서와 훼손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우환공간의 야외정원 조각 ‘관계항-길 모퉁이’에서 지난 1월 발견된 낙서. 서순용 선임기자·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은 별관 이우환공간의 야외정원에 설치된 조각작품 ‘관계항-길 모퉁이’(2015)에 심한 낙서가 최근 발견돼 해운대경찰서에 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낙서는 지난 1월 28일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야외 조각작품 상태를 확인하다 발견했다. 뾰족한 도구로, 작품을 이루는 부식된 철판을 긁어 아이돌 그룹 이름, 하트 모양을 새겨놓았다. 김선희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이우환 선생의 작품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는데, 낙서가 무척 심해 작품 가치를 떨어뜨릴 염려가 커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이우환공간 야외정원에 있는 이우환 작가의 조각품 4점 중 하나다. 2015년 이우환공간이 개관할 때 설치된 작품으로 큰 철판과 자연석 하나로 구성됐다. 철판이 자연환경에 노출돼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붉은색으로 부식된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CCTV를 확인하니 전날 여성 두 명이 해당 작품 주위를 서성이는 것으로 보이나 화질이 나빠 얼굴과 행위를 식별할 수 없다”며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런 훼손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그동안 이우환의 야외 조각작품을 훼손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스테인리스 작품에 손자국이나 발자국을 남긴 일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신문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도 낙서로 수난을 겪은 해당 작품에 발자국 두 개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작품 전체 모습.
이런 일이 반복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한 미술평론가는 “예술품을 대하는 관람 예절과 시민의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지만 거장의 작품이란 걸 몰랐을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부산시가 이우환공간 유치에는 열성을 보였지만, 이우환 작가와 작품을 시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시민에게 작가가 낯설다는 것이다. 또 이우환공간에 배치된 직원이 한 명뿐이라 야외정원 관리는 CCTV에 의존한다. 시립미술관은 설치된 CCTV가 많지 않고 화질이 나쁘다. 올해 미술관 내부 CCTV 교체 예산은 배정됐으나 외부 CCTV 교체 예산은 없다.

이우환공간 안팎은 작가가 설계에 참여해 그의 의도대로 단순·소박하게 꾸몄다. 시립미술관은 심각성을 고려해 야외정원 바닥에 ‘CCTV 작동 중. 눈으로만 봐달라’는 안내문을 설치할 계획이다. 미술관은 훼손된 부분을 복원했지만 전문가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민 박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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