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교사 비율 해마다 80% 이상
- 남교사 할당제 목소리도 있지만
- “공정성과 다른 문제” 의견 갈려
부산에서 올해 처음으로 모든 교사가 여성인 학교가 생겼다. 이들은 남성의 직무라고 여기던 과목의 교육이나 직무를 무리 없이 맡아 수행한다. 일부 정치인과 연구자는 학교에 남교사가 없음을 문제점으로 인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모든 교사가 여성인 초등학교가 있다고 22일 밝혔다. 305곳의 초등학교 중 부산진구 동원초등학교와 기장군 내리초등학교는 교장부터 평교사에 이르기까지 각각 교사 40명과 15명 모두 여성이다. 기장군 철마초등학교는 교장과 교감을 제외한 평교사 11명이 모두 여성이다.
교단의 여풍이 거센 것이 어제오늘의 현상은 아니다. 2013년 부산의 초등교사 9557명 중 80.3%(7677명)가 여성이었다. 지난해에도 여성 초등 교사의 비율은 80.7%(7321명)로 최근 5년 이 같은 성비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올해 처음 모든 교사가 여성으로 채워진 학교에서는 체육 전담 교사 배정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동원초에서는 박복연 교사가 체육 전담을 자원했다. 학창시절 육상선수이기도 한 박 교사는 지난해에도 초등 체육 교과에 새롭게 도입된 뉴스포츠 관련 연수를 받는 등 체육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5, 6학년을 맡아 주당 18시간 수업을 소화하는 박 교사는 “30여 분 걸리는 출퇴근길을 걸어서 다니며 체력을 다진다”고 말했다.
내리초에서는 체육을 부전공한 김은주 교사가 3년째 체육 전담을 맡고 있다. 김 씨는 “구기 등 종목에서 경쟁을 강조하는 것보다 규칙을 조금씩 바꿔 비교적 운동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나 여학생도 흥미롭게 수업을 받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자칫 성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몇 차례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2011년 12월 전체 교사의 일정 비율을 남성으로 두는 ‘남교사 할당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도 2008년 6월 남교사 할당제를 추진했으나 교육부가 이를 거부했다. 교대는 입학할 때 남학생 비율을 25~30%로 유지하지만 임용시험에서는 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학계 의견도 엇갈린다. 부산대 홍창남(교육학과) 교수는 “공정성 문제로 대안 마련이 어렵다”면서도 “지도에는 어려움이 없더라도 학교 공간의 특수함 때문에 교단의 여성화는 학생에게 눈에 띄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같은 과 김회용 교수는 “좋은 선수가 좋은 감독이 아니듯 체육을 비롯해 ‘남자가 잘 한다’고 인식된 과목을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은 성격이 다른 문제다. 또 초등교육은 지적·육체적 능력을 기르는 것만큼 배려심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배려심은 여성성의 뚜렷한 특징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초등학교에 여교사가 많은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