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 고택 이전 복원 요구에도
- 서구청, 예산문제로 추진 거절

‘차(茶) 문화의 거목’ 금당 최규용(1903~2002) 선생의 고택이 재개발 추진으로 허물어졌다. 애초 유족들은 담당 구에 고택의 이전 복원을 요구했지만 구는 “해당 건물은 이미 매각돼 어쩔 도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철거되기 전 금당 최규용 선생 고택. 고 최규용 선생 유족 제공

부산 서구 암남동 재개발 지역에 있는 금당 최규용 선생의 고택 ‘금당다우(부산 서구 암남동 546의 7)’가 철거됐다. 이 고택은 경남 산청군에서 100년 넘은 한옥 자재를 부산으로 옮겨와 1970년대에 재건축됐다. 금당다우는 최규용 선생이 사망한 2002년까지 거주했던 곳으로 많은 다인이 이곳에서 차 문화 진흥에 힘써왔다. 1988년에는 한국 육우다경연구회를 조직해 차 문화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기리고자 구덕문화공원에는 그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또 최규용 선생은 고건축 등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세다 대학에서 토목학을 공부한 그는 1925년에는 영도대교 설계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1952년에는 합천 해인사 장격각과 퇴설당 보수를 직접 맡기도 했다.

금당다우가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최규용 선생의 유족은 지난해 서구에 그의 기념비가 모셔져 있는 구덕문화공원으로 이전 복원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공원 내에 이미 한옥으로 된 부산전통문화체험관이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유족은 직접 금당다우 해체 작업에 나서 기와와 기둥 등을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 며느리인 강옥희 금당차문화회장은 “재개발 조합과 협의해 목재 등은 우리가 가져가기로 했다”며 “구가 나서지 않아 이제는 자비를 들이든지 후원자를 찾아 직접 이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택의 대청마루.

전문가들은 금당다우가 건축학적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조금 부족하지만 최규용 선생이 실제로 거주한 역사적 사실에 기인해 문화유산으로서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금당다우는 차 문화의 뿌리다. 이곳에 최규용 선생이 거주하면서 제자를 양성했고 차 문화를 꽃피웠다는 점을 볼 때 보존 가치가 있다”며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 재개발로 무너진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서구 관계자는 “금당다우가 위치한 지역은 재개발 지역으로 철거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또 해당 건물도 이미 매각돼 구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며 “이전 복원도 예산 문제로 추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