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규모 4.6 여진이 발생한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피해가 큰 대성아파트 현장을 정치인들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 지진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지역 지층의 액상화 현상과 관련 발전소를 우려하는 과거 전문가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위기론’과 별문제가 아니라는 ‘자연 발생론’이 맞서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진단이 필요하다는 중립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6일 지층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2분 경북 포항 북구 북북서쪽 7㎞ 지역에 진도 2.7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공식적으로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했던 포항 지진의 여진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포항지진의 여진은 본진 발생 이후 현재까지 △규모 2.0~3.0 91회 △규모 3.0~4.0 6회 △규모 4.0~5.0 2회 등으로 총 99회가 됐다.

여진이 계속되자 포항지역 지질의 액상화 현상과 지열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전문가 지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포항 지진 발생 직후 ‘대 지진의 징조로 국내 첫 액상화 현상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역민의 공포를 자극했다.

액상화는 지진으로 지하수와 토양 모래층이 섞이며 지반이 진흙탕처럼 물러지는 현상으로, 포항의 경우 진앙을 중심으로 2~3㎞ 논밭에서 이런 현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포항지역의 액상화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액상화 현상은 지진이 나면 흔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주장도 한다.

액상화 현상이 조선시대에도 발견됐으며, 지하수 배수 작업과 토양 보강, 지반 보강 등을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포항지역의 지열발전소가 대규모 지진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추공을 뚫은 후 지열발전소에 물을 주입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해외 셰일가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지진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역시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시추공은 2개 뿐이어서 수백 개의 시추공이 뚫리는 해외 에너지 채굴 사업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논란을 두고 학자들은 “국내 지진 문제는 호들갑을 떨거나 안심하는 식으로 단기적으로 반응할 성질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 지진의 40%가 영남에 몰린 상황에서 가능성에 만 의존할 게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지진 연구가 필요하다”는 중립적인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