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에 2회씩 곳곳서 계도 활동
- 마일리지 쌓아 이웃에 김치 선물
- 체감안전평가 부산 2위로 ‘껑충’

지난 13일 오후 1시20분 부산 영도경찰서 2층 회의실에 외국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하나둘 모였다. 한 달에 2회씩 진행되는 ‘하나 더 순찰대’ 활동을 위해 모인 결혼이주여성이다. 총 25명의 순찰대원 중 이날 모인 참가자는 총 16명. 일본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 출신지도 다양했고, 나이별로도 30대부터 50대까지 고루 퍼져있었다. 대원들은 밝은 얼굴로 서로의 일상생활을 묻다 오후 1시30분이 되자 익숙한 듯 호루라기가 달린 형광 조끼를 나눠 입었다. 영도서 외사계와 생활안전계 직원과 함께 ‘파이팅’을 외친 후 경찰서 밖으로 나섰다.

13일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된 순찰대가 부산 영도구 봉래시장 일대에서 홍보 및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이들의 오늘 임무는 보이스피싱 예방법·빈집털이 주의 사항·교통문화 바로 세우기 등 각종 알림 사항이 적힌 전단을 물티슈·볼펜 등 홍보 물품과 함께 주민에게 나눠주는 것. 순찰대원은 지나가는 시민뿐만 아니라 음식점 등에 들어가 열심히 전단을 전달했다. 지나가는 어르신에게 “할머니 할머니”하고 뛰어가 “영도경찰서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세요”하고 전단을 건넸다. 잠시 정차한 차량 창문 사이로 전단을 전달했다. 함께 순찰하던 영도서 손병열 생활안전계장이 “경찰보다 더 열심”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영도구 영선동 봉래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준비한 500장의 전단이 바닥났다. 순찰대는 이후 2시간 동안 관내 치안 취약지역을 순찰하고, 대교초교에서 하굣길 교통지도를 도왔다.

이번 순찰이 더욱 특별한 것은 순찰대 활동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영도서 하나 더 순찰대는 지난 6일 식품회사 로열푸드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순찰 활동 때 참여한 사람 수만큼 마일리지를 쌓고, 마일리지당 1㎏의 김치로 바꿔 주기로 한 것. 적립된 마일리지는 분기별로 관내 다문화·위기·새터민 가정 등에 전달된다. 이날 16명이 참여했으니 이웃에게 전달할 김치 16㎏이 적립된 셈이다.

17년 전 한국인 남편을 만나 부산에 정착한 오카베 노부코(51) 씨는 유창한 한국말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순찰 활동을 하며 ‘이제는 내가 한국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순찰대 활동은 이웃사랑은 물론 본인과 가정에도 도움이 됐다. 지난해 8월 귀화한 필리핀 출신 길레아(36) 씨는 “결혼 후 집에만 있을 때는 우울해 필리핀의 고향만 생각했다”며 “그러나 영도 곳곳을 순찰하니 내가 몰랐던 곳도 알게 됐고, 내가 이웃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재미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하얼빈 출신 장진옌(48) 씨도 “남편이 내가 집에서도 밝아졌다며 순찰대를 자주 나가라고 권한다”고 웃었다.

치안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영도서는 지난해 경찰청에서 시행한 체감안전도 평가에서 전반기 부산 8위에서 후반기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하나 더 순찰대가 지난해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변화다. 영도서 서정기 외사계장은 “체감안전도는 순찰 활동과 관련이 많다. 순위 상승 전체가 순찰대 덕분은 아니라도 상당히 공헌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