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구속에도 계속 영업
- 안내데스크에는 15명 대기
- 인터넷 후기도 기대감 키워

- 유사수신 3년새 12→38건
- 전문가 “잘 알려진 곳 투자”

암호화폐 광풍을 이용한 ‘마니머니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 사기’와 같은 유사수신 사기범죄가 최근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마니머니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서정빈 기자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경찰에 의뢰한 암호화폐와 관련한 유사수신 범죄가 전국적으로 느는 추세다. 2015년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 범죄는 12건이었지만 2016년 23건, 지난해에는 38건으로 늘었다. 대표적인 수법은 고수익을 미끼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거나 암호화폐를 수집하는 ‘채굴기’를 미끼로 돈을 빼돌리는 유사수신 사기다. 수원에서는 가짜 암호화폐를 미끼로 370억 원을 빼돌린 대표이사가, 인천에서는 채굴기를 미끼로 2700억 원을 빼돌린 사기조직 18명이 구속됐다.

최근엔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 사기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부산에서 발생한 마니머니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 사기(국제신문 12일 자 9면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새롭게 개설될 암호화폐 거래소에 130만 원을 투자하면 200만 원을 주겠다’며 피해자를 속였다. 이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이전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사기 형태의 유사수신 범죄다. 실제로 구속된 대표 조 씨 등 일당이 사무실을 개설한 직후에 투자한 몇 명은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보도 이후에도 마니머니 암호화폐 거래소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리스 신전처럼 대리석 기둥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사무실의 1층 안내데스크에는 15명이 앉아있었다. 상담원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5분도 채 안 돼 지하 1층과 지상 2층의 상담실로 빠졌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인 이 회사는 지하 1층과 2층에는 상담실이, 3층에는 대표이사 집무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거래소에 투자를 많이 했다는 한 투자자는 “대표이사가 구속됐지만 곧 풀려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대표가 나오지 않더라도 해외 거래소에 앞으로 상장될 또 다른 암호화폐를 유통한 자금으로 투자금을 돌려줄 것”이라며 다른 투자자를 달랬다.

이 같은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 범죄는 관련 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유통되면서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

	동래구 마니머니 암호화폐 거래소 내부 모습.

포털사이트에 ‘마니머니’를 검색하면 마니머니 암호화폐 거래소 방문 후기와 같은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글 가운데 암호화폐 거래소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해당 글의 댓글들은 암호화폐 오프라인 거래소의 존재에 대해 ‘암호화폐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막연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다.

금융감독원 권수석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대부분 사람이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정보에 쉽게 혹한다. 일단은 잘 알려진 거래소를 이용하고, 잘 아는 암호화폐를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또 암호화폐의 경우 관련 법률이 미비해 유사수신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앞으로 필요한 부분에서는 관련 규제를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