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국·시비 지원 후 자립추진
- 지원금 없으면 사업 유지 어려워
- 부산 16곳 중 10곳 자생 실패
- 전문가 “천편일률적인 운영 탓”
- 전국 첫 체험형 서동미로시장 등
- 사후관리 안돼 반짝 인기 그쳐
“사업할 때만 젊은이들이 반짝 오지 지금은 아무도 안 와. 결국 시장이 다시 예전처럼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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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 내에 조성된 ‘비밀의 정원’이 관리가 되지 않은 채로 방치돼 있다. 서정빈 기자 |
12일 오후 3시께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 31년째 이곳에서 장사한 최옥선(64) 씨는 미로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 최초로 체험형 특화시장을 조성해 떠들썩했던 시장의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체험이용권을 받기 위해 찾은 관광안내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나 홀로 투어마저 쉽지 않았다. 관광안내판은 설치물에 가려 있고 주위엔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여기저기 얽힌 1.5m 너비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 겨우 찾은 11개의 스탬프 상자는 텅 비었다. 휴식공간으로 조성됐던 ‘비밀의 정원’은 오랜 시간 손길이 미치지 않은 듯 보였다. 정원의 화분은 쓰러졌고 음식물 쓰레기마저 곳곳에 버려졌다.
8년간 100억 원을 넘게 지역에 쏟아부은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이 사후 관리가 안 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추진하는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은 지역의 문화자원과 연계해 해당 시장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관광명소형 시장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3년간 육성사업단이 구성돼 국비와 시비가 50%씩 최대 21억 원이 지원된다. 문제는 3년간의 사업이 끝난 뒤다. 3년이 지나면 국·시비의 지원이 끊겨 담당 구와 상인회에서 자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역 내 대다수 전통시장이 문화관광형 육성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았으나 3년 뒤 자립하지 못해 하나 마나 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2010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현재까지 지역 내에서 16개의 전통시장이 선정됐고 그중 10개의 전통시장에서 사업은 끝났다. 금정구 서동미로시장에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5억 6000만 원이 투입됐다. 당시 전국 최초로 체험형 특화시장을 만든다며 전통시장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시장해설사를 육성했지만, 현재 유지되고 있는 사업은 없다. 금정구 관계자는 “애초에 국·시비 지원 등을 통해 시장이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였다. 3년간의 모든 사업이 끝난 상황에서 금정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젠 시장이 자립하는 일만 남았다”며 말했다.
다른 시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동래시장은 2013년부터 3년간 15억9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퓨전 파전 만들기 대회 등 특화 콘텐츠를 개발했지만 지원이 중단되자 명맥은 끊겼다. 자갈치시장도 이 사업으로 지원받아 대형판매 축제를 열었으나 2012년 지원이 끝난 뒤 현재 이 사업은 중단됐다. 그나마 명맥을 잇는 시장은 부평깡통야시장이 유일하다. 부평깡통시장은 2013년 해당 사업에 선정돼 야시장을 조성한 뒤 현재 전국 명물로 우뚝 섰다.
전문가들은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이 시장의 특성과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운영된 점을 비판했다. 사업계획서를 보면 크게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자생력 강화, 이벤트·행사 사업으로 나뉜다. 세부 사업도 상인 문화 아카데미와 홍보물 제작 등 대부분 유사하다. 동아대 정남기(경제학) 교수는 “전통시장 특성에 상관없이 대부분 3년짜리 사업이다. 상인과 오랜 기간 논의해 시장의 특성을 파악해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