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없는 반쪽분권 위험성 지적
- “시민의 힘으로 완성해야” 강조

“일본은 2000년대 본격화한 지방분권에서 ‘분권’이 선행되다 보니 ‘자치’의 측면이 약해졌습니다. 중앙정부는 권한만 넘길 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재원도 충분히 이양해야 지방분권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22일 부산 동래구 부산분권회관에서 개최된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와 오사카자치체문제연구소 공동 주최의 ‘제5회 한일 지방자치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오사카경제대학교 가시하라 마코토 준교수(오사카자치체문제연구소 이사)는 20년 가까이 진행된 일본 지방분권의 현재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았지만 중앙정부의 통제가 계속되자 1990년대부터 지방분권 요구가 빗발쳤다. 가시하라 교수는 “지방분권법이 2000년 시행됐다. 자치단체를 중앙정부의 사업수행 기관쯤으로 보는 기관위임사무가 폐지됐고, 지자체에 중앙정부와 대등한 관계라는 의미의 지방정부라는 지위가 부여됐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만성적 재원부족에 시달렸고, 소규모 자치단체는 재정이 충분치 않아 지역 불균형이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치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권이 위로부터 행해지다 보니 (일본 지방분권은) 부족한 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자치’가 빠진 분권은 반쪽짜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은 개헌 등을 통해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진하려는 우리나라가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지방분권의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가시하라 교수는 두 지역의 사례를 들었다. 한 곳은 나가노현 이이다시 가미무라 지구로 ‘지역환경권’이라는 조례를 제정, 수력발전사업의 이익을 지역 내 사용하도록 해 운영비 부족으로 폐원 위기에 모인 탁아원(어린이집)을 계속 가동시키고 있다.

외국인 국적 비율이 높은 오사카시 니시요도가와구 역시 지역단체와 함께 외국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사회와 외국인사회가 공생관계로 발전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그는 “일본 지방정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분권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시민의 힘”이라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행정·재무 자원을 충분히 보장하고, 국가와 지방은 협의·합의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한 황한식부산대 명예교수도 “개헌을 통해 시작될 우리나라 지방분권의 방향은 지역이 주도하고 시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