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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42> 통영 사량도 고동산 둘레길

울창한 고동산 숲길·바닷가 파도소리 어우러져 황홀경 선사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18 19:43:1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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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안 한려수도 중심에 자리
- 야자매트·나무 덱 산책로 조성
- 소나무 군락 하늘 가릴 듯 수려
- 전망대서 푸른 바다절경 만끽
- 지리망산~옥녀봉 코스도 유명

남해안 한려수도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사량도는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섬이다. 행정구역상 경남 통영에 속하며, 상도(윗섬) 하도(아랫섬) 수우도 등 3개의 유인도와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상도에 있는 국내 100대 명산인 지리망산(398m)에서 불모산~가마봉~옥녀봉(281m)을 종주하는 산행 코스는 아름다운 절경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황홀경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연간 50만 명의 산꾼들이 사량도를 찾는다. 하지만 만만하게 볼 코스가 결코 아니다. 산세가 험난한 까닭에 어린이나 산행 초보자들은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

사량도에 최근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편한 ‘힐링 숲 해안 둘레길’이 새로 생겼다. 상도와 하도를 연결하는 사량대교 입구에서 고동산(217m) 자락을 따라 대항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2.8㎞ 구간의 ‘고동산 해안 둘레길’이다. 통영시가 8억 원을 들여 사라진 옛길을 정비해 되살렸다. 구간 내내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며, 파도 소리와 진한 바다 내음이 울창한 숲길과 어우러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군데군데 위치한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나브로 걷더라도 2시간이면 족하다.

■소나무 군락과 끝없는 바다 풍광

   
걷는 내내 파도소리와 진한 바다 내음이 울창한 숲길과 어우러진다. 송림 뒤로 사량대교 주탑이 보인다.
통영시 도산면 가오치항을 출발한 카페리선 ‘사량호’가 항구를 벗어나자 저 멀리 상도와 하도를 연결하는 사량대교가 웅장한 위용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뱃길 오른편으로 고성군, 왼편은 통영시다. 카페리선은 두 시·군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바다를 내달린다. 지루할 새도 없이 35분이면 사량도 상도의 금평항에 닿는다.

여객선이 도착한 금평마을의 뒷산이 바로 고동산이다. ‘고동산 해안 둘레길’은 이 산의 허리자락을 빙 둘러 조성했다. 금평항에서 우측 도로를 따라 500m 정도 올라가면 사량대교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 둘레길은 시작된다. 다리 입구에는 고동산 정상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서 있다. 오른편의 해안가 산책로의 입구가 들머리다. 바닥에는 걷기 편하게 야자매트를 깔아 놓았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둘레길이라 소나무 군락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둘레길 우측으로는 바다 풍광이 끝없이 펼쳐진다.

사량대교를 배경으로 얼마 걷지 않았는데 해안가 전망대가 기다린다. 저 멀리 통영과 고성의 육지가 지척으로 다가온다. 알고 보니 공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작업자가 “둘레길은 모두 조성했다. 다만 전망대와 평상 등 편의시설은 막바지 공사 중”이라고 말했다. 모든 공사는 오는 4월께 완료된다고 한다.

■근심 걱정 사라지는 전망 압권

   
전망대를 지나면 나무 덱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만난다. 기존 오솔길에는 야자매트를 계속해 깔아 놓았고, 예전에 험난했던 길에는 나무 덱으로 해안 산책로를 조성했다. 뚜벅이들을 위한 배려로 이해됐다. 도중 중간중간에 설치된 나무 의자 등 편의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둘레길 왼편 언덕에는 군데군데 ‘수국 식재구간, 들어가지 마세요’란 안내판이 눈길을 끌었다. 세월이 더 지나면 이곳 해안 둘레길은 수국 천지가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어린 편백에는 삼각형 모양의 나무 기둥을 받쳐 놓았다. 총 1만7000여 그루를 심어 풍성한 숲길을 더욱 울창하게 가꾸겠다는 것이 시의 복안이라고 한다. ‘뱀 출몰 조심’이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사량도에는 예부터 뱀이 아주 많았다고 전해진다. 예전 같지는 않아 실제 뱀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주위를 살피며 조심조심 걷게 된다.

이어지는 둘레길. 조금 더 걸으니 고성만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전망대가 탐방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둘레길 가운데 최고의 전망대라 생각되는 명당자리다. 언덕배기에는 평상과 나무로 만든 침대 등을 조성해 놓았다. 이곳에 드러누워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부시게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근심 걱정이 싹 사라진다. 따스한 봄날 한숨 낮잠에라도 빠진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산과 바다 어우러진 환상의 산책로

   
코스 중간중간에는 쉴 수 있는 나무침대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해안가를 끼고 도는 둘레길 곳곳은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 포인트다. 반쯤 왔을까. 고동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길과 대항해수욕장으로 직진하는 이정표를 만난다. 고동산 정상길은 사량대교 입구에서도 갈 수 있고 이곳에서도 등반이 가능하다. 둘레길은 고동산 등산로와 중간중간 연결된다.

고동산에는 샘터가 있다. 둘레길 아래 100m 지점에는 약수터가 자리잡고 있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옛날 피부병에 걸린 각시가 이곳에서 나오는 물로 몸을 씻은 뒤 나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다시 대항해수욕장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 둘레길은 길을 잃어버릴 염려가 전혀 없다. 바닥에 있는 야자매트만 따라가면 된다. 야자매트는 중간중간에 나무 덱 계단 말고는 둘레길 끝까지 깔려 있다.

대항해수욕장 앞에 이르자 소사나무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어느 나뭇가지 하나 곧은 것이 없지만 울퉁불퉁한 가지들 속에 난 빼곡한 잎사귀 덕분에 겨울에는 방풍막이 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이어 모래가 아주 고운 대항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마을버스를 이용하거나 걸어가도 20분이면 금평항에 도착할 수 있다. 둘레길은 이 코스와 반대로 대항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사랑대교 입구로 가도 상관없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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