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알로이시오고는 영원한 마음의 집으로 남을 겁니다”

부모없는 아이들 50년 보금자리, 내달 폐교 앞두고 마지막 졸업식

  •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  |   입력 : 2018-02-09 20:42:20
  •  |   본지 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취업·진학 결정한 졸업생 69명
- 아기때부터 성장모습 보며 탄식
- 선배들 축하무대에 활짝 웃기도

- “학교 졸업해도 가족 졸업 안해…
- 이곳의 정신이 사회로 스며들길”

“20년을 같이 보낸 친구들과 헤어지려니 슬프지만 멀리서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해야죠. 오늘 학교는 문을 닫지만 알로이시오고는 영원할 겁니다.”(주희란·19·알로이시오고 마지막 졸업생)
부산 서구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등학교의 폐교를 앞두고 9일 열린 마지막 졸업식에서 수녀가 졸업생을 격려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50년 넘게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산실이 돼온 부산 서구 암남동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등학교(이하 알로이시오고)의 제40회 졸업식이 폐교(국제신문 지난해 12월 2일 자 1면 보도)를 앞두고 9일 오전 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다. 마지막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 동문 교사 수녀 등 300여 명의 표정에는 아쉬움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가 교차했다.

알로이시오고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평등한 교육 기회 실현’이라는 알로이시오 신부의 교육 정신 아래 부모 없는 지역 아이들이 숙식하며 각종 기술을 배워 지금까지 5000여 명이 사회로 진출했다.

졸업생들의 기념촬영 모습.
축구 국가대표 수문장이었던 김병지 골키퍼와 김정민 전 스키 국가대표 등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고,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와 정명훈 지휘자의 미국 뉴욕 공연이나 레이건 대통령 부인에게 그림을 전달한 학생 이야기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재)마리아수녀회 소년의 집 학원 이사회(이사장 안경순)는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자 2015년부터 폐교 절차에 들어갔다.

마지막 졸업생 69명은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단상에 올라 졸업장을 건네받았다. 한껏 멋을 낸 학생들의 인사에 객석은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 갓난아이 때부터 청소년 시절까지 학생의 성장이 담긴 영상이 나오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졌다. 지난 서른아홉 장의 졸업생 단체 사진이 들어간 영상이 나올 때는 주위가 숙연해졌다.

후배가 없는 졸업식에 선배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 총학생회장 강환국(19) 군은 “졸업한다고 하면 보통 들뜨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와 주변 환경의 변화를 돌아볼 수 있어 일찍 성숙해지는 시간이었다”고 미소지었다.

작게는 3개에서 많게는 18개의 자격증을 딴 졸업생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입사하거나 대학에 진학한다. 박기수 교장은 “학교 목표가 아이들의 자립이었다. 수녀들의 돌봄은 물론 교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기술을 가르친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전국을 다니며 기숙사를 갖춘 회사를 알아보고 학생의 자격증 취득을 위해 1 대 1로 가르쳤다.

또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기숙사인 수국마을을 만들어 아이들이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며 지낼 수 있도록 했다. 18년간 근무한 한석호(43) 교사는 “평범하게 자기 삶을 주도해 가정을 이루고 잘 사는 아이들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졸업식에서 만난 동문은 알로이시오 신부의 정신을 기억했다. 총동문회 김대식(54) 회장은 “어려운 시절 소년의 집에서 머물고 배울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상견례에 부모 대신 자리를 채워주는 선배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우리는 형제와 같다”고 말했다.

조마리아 총원장은 축사를 통해 “학교를 졸업했지만 가족은 졸업하지 않는다”며 변함없이 학생 뒤에 있을 것을 약속했다. 이어 그는 “알로이시오고는 문을 닫지만 그 정신은 학생의 마음에 남아 사회에 스며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7. 7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10. 10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6. 6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7. 7[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8. 8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9. 9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0. 10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3. 3“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9. 9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0. 10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부산의 힘'
한부모 가장 장애자녀 셋 돌봄…낡고 좁은 집 ‘위태’
위기가정 긴급 지원
홀로 질병과 생활고 견디는 독거노인…수도까지 끊겨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