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진학 결정한 졸업생 69명
- 아기때부터 성장모습 보며 탄식
- 선배들 축하무대에 활짝 웃기도
- “학교 졸업해도 가족 졸업 안해…
- 이곳의 정신이 사회로 스며들길”
“20년을 같이 보낸 친구들과 헤어지려니 슬프지만 멀리서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해야죠. 오늘 학교는 문을 닫지만 알로이시오고는 영원할 겁니다.”(주희란·19·알로이시오고 마지막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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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구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등학교의 폐교를 앞두고 9일 열린 마지막 졸업식에서 수녀가 졸업생을 격려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
50년 넘게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산실이 돼온 부산 서구 암남동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등학교(이하 알로이시오고)의 제40회 졸업식이 폐교(국제신문 지난해 12월 2일 자 1면 보도)를 앞두고 9일 오전 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다. 마지막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 동문 교사 수녀 등 300여 명의 표정에는 아쉬움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가 교차했다.
알로이시오고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평등한 교육 기회 실현’이라는 알로이시오 신부의 교육 정신 아래 부모 없는 지역 아이들이 숙식하며 각종 기술을 배워 지금까지 5000여 명이 사회로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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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생들의 기념촬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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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 수문장이었던 김병지 골키퍼와 김정민 전 스키 국가대표 등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고,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와 정명훈 지휘자의 미국 뉴욕 공연이나 레이건 대통령 부인에게 그림을 전달한 학생 이야기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재)마리아수녀회 소년의 집 학원 이사회(이사장 안경순)는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자 2015년부터 폐교 절차에 들어갔다.
마지막 졸업생 69명은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단상에 올라 졸업장을 건네받았다. 한껏 멋을 낸 학생들의 인사에 객석은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 갓난아이 때부터 청소년 시절까지 학생의 성장이 담긴 영상이 나오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졌다. 지난 서른아홉 장의 졸업생 단체 사진이 들어간 영상이 나올 때는 주위가 숙연해졌다.
후배가 없는 졸업식에 선배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 총학생회장 강환국(19) 군은 “졸업한다고 하면 보통 들뜨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와 주변 환경의 변화를 돌아볼 수 있어 일찍 성숙해지는 시간이었다”고 미소지었다.
작게는 3개에서 많게는 18개의 자격증을 딴 졸업생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입사하거나 대학에 진학한다. 박기수 교장은 “학교 목표가 아이들의 자립이었다. 수녀들의 돌봄은 물론 교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기술을 가르친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전국을 다니며 기숙사를 갖춘 회사를 알아보고 학생의 자격증 취득을 위해 1 대 1로 가르쳤다.
또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기숙사인 수국마을을 만들어 아이들이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며 지낼 수 있도록 했다. 18년간 근무한 한석호(43) 교사는 “평범하게 자기 삶을 주도해 가정을 이루고 잘 사는 아이들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졸업식에서 만난 동문은 알로이시오 신부의 정신을 기억했다. 총동문회 김대식(54) 회장은 “어려운 시절 소년의 집에서 머물고 배울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상견례에 부모 대신 자리를 채워주는 선배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우리는 형제와 같다”고 말했다.
조마리아 총원장은 축사를 통해 “학교를 졸업했지만 가족은 졸업하지 않는다”며 변함없이 학생 뒤에 있을 것을 약속했다. 이어 그는 “알로이시오고는 문을 닫지만 그 정신은 학생의 마음에 남아 사회에 스며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