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탈선 아카이브.

최근 법조계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문단 내 성희롱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의 시가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문학계에 따르면 최 시인은 지난해 12월 ‘황해문화’ 겨울호에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게재했다.

게재된 시를 보면 다음과 같다.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 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이 시를 두고 누리꾼들은 “아주 오래된 소문이 드디어 시로 탄생했다”며 ‘En’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하기도 했다.

문단 내 성폭력 문제는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화두다. 이에 관련 사례를 정리해둔 아카이브 계정이 있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참고문헌 없음’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참고문헌 없음은 봄알람에서 참고문헌없음 준비팀과 함께 출간한 책이다.

앞서 봄알람과 여성 문인들은 문단 내 성폭력과 관련된 싸움, 연대를 전하면서 그 피해자를 지지하기 위한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뜻을 함께하는 많은 여성 문인이 글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참고문헌 없음’이다.

이 책의 제작비, 유통비를 제외한 모든 인세와 수익은 문단 내 성폭력 관련 법률 소송 비용과 의료비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2월 20일부터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시작 24분만에 250만 원, 8시간만에 펀딩 목표금액 2000만 원을 돌파했다.

책이 출간된 이후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들이 고발한 시인이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희롱 폭로로 촉발된 ‘한국판 미투’ 운동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보다 앞서 이미 ‘미투’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던 셈이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