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소식에 정치권과 언론·노동계 등 각계각층에서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 측에 건넨 돈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재판부에 대한 비난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주진우 SNS

주진우 기자는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재용 2심 재판부 정형식 판사 ‘재산 국외 도피 의사 없어, 단지 장소가 외국’”이라는 감형 이유를 언급하며 “법인지? 밥인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말인지? 막걸리인지?, 천재인지? 쓰레기인지?”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래 353일 만에 석방된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4년 선고를 받는 것에 대해 글을 남겼다.

정 전 의원은 SNS에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그는 “그가 건넨 돈은 뇌물이 아니었단다”고 언급하며 “재판부 논지라면 이재용은 아무런 대가없이 나라에 독립자금을 댄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용은 자본주의체제 바보 경영인”이라며 “기업 이익에 도움되지 않는 수백억을 펑펑 썼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정 전 의원은 ‘사법부는 죽었다 2, 3’이라는 제목을 붙인 글에서 “(이 부회장 항소심은) 인혁당 이후 최악의 판결” “정의는 죽었다” “이것은 판결이 아니라 반역이다” 등의 내용으로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이 부회장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이재용 구조대’를 자처하며 대한민국 법 상식을 짓밟은 법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 3인이 뇌물을 주고 받았지만 이재용 한 사람만은 살려주겠다는 노골적인 러브콜”이라고 규탄했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2심 법원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대한민국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판결이다.”라며 “삼성이 정유라 승마지원을 한 것에 대해서는 대가성을 인정하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 승계작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고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법원은 국민들이 알고 있는 법전의 내용과 다른 법을 섬기는 모양이다.‘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대한민국의 모든 법체계를 뛰어넘어 법원이 수호하는 철칙인 듯하다.”고 비판했다.

또 “이재용 한 사람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헌정이 짓밟혔고, 국민의 피땀어린 돈 수천억원이 증발됐다. 올해 신년특사에는 생계 때문에 경미한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갇힌 이도 포함돼 있었다. 약자에게는 거리낌없이 실형을 선고하는 법원이 나라를 통째로 뒤흔든 파렴치하고 거대한 범죄행각에는 어찌 이리도 관대하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추 추석대변인은 “지난 겨울 국민들이 광장에서 한 목소리로 외쳤던 것은 ‘재벌도 공범’이라는 것이다. 재벌을 위해서라면 진흙투성이가 되는 것조차도 마다하지 않는 법원에게 국민들은 절망과 분노를 보내고 있음을 똑똑히 기억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이번 판결에 삼성 반도체 노동자 조합 ‘반올림’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도 “이재용 석방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반올림’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장에서 류하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과 정유라 무엇을 알았다는 것인가? 정유라가 승마를 잘하라고 돈을 줬다? 말이 되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포괄적 뇌물죄에 대한 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형식 부장판사는 올바르지 못한 뇌물죄 판단 기준으로 이 부회장을 풀어줬다”고 비판했다.

황상기 반올림 회원은 “오늘 이재용 2심 재판은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잘못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판사가 아닌 ‘삼성 변호사’로 행동했고, 국민들은 이를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죄를 지으면 법으로 심판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삼성과 관련해서는 하나도 바뀐게 없다. 검찰부터 척폐청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 석방으로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국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맡은 정형식 판사는 서울고-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1988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2015년 법관평가’에서 우수 법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