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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41> 장유 대청천

옛 모습 간직한 생태하천 … 물결따라 걷다보면 근심도 ‘사르르’

  • 박동필 기자
  •  |   입력 : 2018-02-04 18:51:15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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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갈한 메타세쿼이아 군락지
- 발아래 펼쳐진 시원한 계곡 등
- 도심 속 대자연 어우러져 조화
- 대청성당~장유계곡 코스 권장
- 숲 거닐며 힐링얻고 건강은 덤

까마득한 옛날부터 강이나 하천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추운 겨울 빨랫감을 들고나온 아낙네들이 힘차게 방망이질을 하고, 여름이면 동네 꼬마 녀석들이 물장구를 치며 추억을 켜켜이 쌓아온 생활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산업화로 거품이 떠내려오는 하수와 시꺼먼 공장폐수가 흘러들면서 도심 하천은 고유 기능을 잃어버렸다.
   
대청천 둘레길 중류지점. 자전거족들이 둘레길을 씽씽 내달리고 있다.
경남 김해시 외곽에 위치한 인구 15만 명의 장유신도시. 이 곳에는 이런 도심 하천의 부정적인 유형을 깨는 ‘살아있는 하천’이 있다. 불모산 장유계곡에서 발원해 도심을 가로지른 뒤 조만강으로 흘러드는 폭 15~20m, 길이 7.2㎞에 달하는 생태하천인 대청천이다. 수년 전부터 하천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만들어져 각광을 받고 있다.

■각종 생물이 살아있는 자연의 선물

   
대청천이 살아 숨 쉬는 것은 20여 년 전 LH공사에 의해 신도시가 조성된 것과 무관치 않다. LH 공사는 당시 강 주위에 수백 가구 자연마을이 산재해 오염원이라곤 찾을 수 없었던 이곳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채 도시를 조성했다.

대청천 전체 구간 중 둘레길이 잘 정비된 곳은 대청성당~장유계곡간 2.9㎞ 구간이다. 폭 15m에 달하는 하천 양옆으로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잘 구분돼 있으며 강 언저리에 다양한 숲이 조성돼 철저하게 시민 편의에 맞췄다. 이곳을 오르내리면 힐링은 물론 건강을 덤으로 얻게 된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류호정(55·자동차매매업)씨의 안내를 받아 대청성당 맞은편 둘레길을 출발해 탐사에 들어갔다. 둘레길에 바짝 붙어선 높이 20m의 소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군락지는 머리카락을 참빗으로 빗겨 놓은 듯 정갈하다.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을 따라 걷노라면 업무에 찌든 도시민들의 근심거리도 어느새 눈 녹 듯 사라진다.

■학생들을 위한 살아 있는 체험공간

   
토박이 류호정 씨가 시원하게 흐르는 장유계곡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류호정 씨는 “내가 어릴 때 이곳에 고둥이 새까맣게 붙었고 하늘에는 철새들이 가득 찼다. 학교가 끝나면 강에서 살다시피 하며 보낸 추억 어린 곳”이라고 회상했다. 류 씨가 살았던 40년 전만 못해도 하천 둘레길을 오르면 원앙이 등 몇 종의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물이 마르는 갈수기이고 수면 상당 부분이 얼어 힘차게 고동치던 물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폭우로 시의 보수공사가 이어지면서 흘러나온 흙탕물로 인해 흔했던 물고기도 자취를 감췄다고 류 씨는 전했다.

첫 출발지에서 상류로 향한 지 10분 정도 지나자 대청천의 이름을 딴 대청초·중·고교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공기 좋고 물고기가 뛰노는 아름다운 하천 옆에 자리한 학교라니.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광경이어서 부럽기만 했다.

대청초등 최병섭 교감은 “대청천은 우리 학교의 자랑이다. 많은 학생이 대청천 둘레길을 따라 등·하교를 한다”며 “덕분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인성이 좋고 건강해 대자연 속에 사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들려줬다. 이 학교는 자율학습시간을 활용해 직접 하천가에 나가 발을 담그고 실외수업을 자주 한다고 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환경 속에 사는 학생들인 만큼 시인이나 소설가와 같은 문인들도 대거 나올 것만 같았다.

■대자연의 발원지이자 어머니 품속 같은 장유계곡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얼어붙은 대청천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다.
아파트 숲과 아기자기한 상가 건물들을 지나 찜질방 건물 부근에 이르자 발아래 시원한 계곡이 펼쳐진다. 대청천의 시원지인 장유계곡 입구다. 둘레길은 이 지점부터 가장자리가 높아지고 하천 폭도 배로 넓어진 30~40m에 이른다.

멀리 불모산으로부터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매서운 바람이 행인들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 대자연과 마주 보고 서 있는 느낌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계곡 입구부터 둘레길도 한 갈래로 합쳐지고 도로 폭도 오솔길처럼 좁아진다. 이곳은 아래쪽 둘레길과 달리 최근 2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새로 난 둘레길이 주변 풍경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었다. 1년 전과 달리 예쁜 프랑스풍 건물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건물 내부는 둘레길 손님을 겨냥한 도자기 체험공방, 미술관, 고급 레스토랑 등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둘레길이 도시의 깊이와 품격을 높여주고 있었다.

둘레길 반환점을 돌아 하류로 내려가자 어느듯 거칠게 흐르던 강물은 엔진 소리를 줄인 채 유유히 흘러내린다.

꽁꽁 얼굴을 싸맨 30대 여인이 목줄을 찬 반려견을 데리고 거친 숨소리를 낸다. 하류 지역 대청교에 이르자 아동들이 얼음 위에서 연신 엉덩방아를 찧으며 ‘깔깔’대고 웃는다. 어둠이 내려앉고 등불이 하나둘 눈을 떨 무렵 둘레길은 퇴근한 시민들의 숨소리와 개 짖는 소리까지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

박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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