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과 블루문, 블러드문 현상이 한번에 일어난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시민들이 망원경으로 달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수도권과 강원 지역 천문대 곳곳에는 진기한 우주쇼를 감상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오후부터 이어졌다. 이날 밤 35년만에 슈퍼문 블루문 블러드문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개기월식이 하늘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부지역 상당수에서는 이 진풍경을 볼 수 없다는 시민들의 제보가 속출했다.

이날 가족과 함께 국립과천과학관이 마련한 천체망원경 30대 주변은 달을 더 자세히 보려는 방문객으로 붐볐다.

시민들은 “오늘 같은 개기월식을 몇 년 뒤에나 다시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다. 망원경으로 달을 가까이서 보니 정말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원 춘천시 소양강변에 나온 시민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질 때까지 추위도 잊은 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1982년 12월 이후 35년여 만이라는 ‘슈퍼·블러드·블루문’ 개기월식 현상이 진행됐다.

오후 8시 48분 6초 달의 일부분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부분월식이 관측됐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월식은 오후 9시 51분 24초에 시작돼 10시 29분 54초에 최대에 이르렀다.

이후 오후 11시 8분 18초까지 개기월식 상태가 지속했다.

이날 지구와 달 사이 거리는 35만9천307㎞였다. 평균 거리인 38만4천400㎞보다 2만여㎞ 가깝다.

어두운 핏빛을 띠는 ‘블러드문’과 한 달에 두 번째로 뜨는 보름달 ‘블루문’ 현상도 함께 겹쳤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매년 발행하는 역서에 따르면 달 총면적 중 밝은 부분 비율을 나타내는 달의 밝기 비는 0.995였다. 1에 가까울수록 밝다는 뜻이다.

반면 수도권 이남 지역에선 짙게 낀 구름 때문에 개기월식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선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하려 했으나, 기상 상황 탓에 차질이 생겼다.

전남 장흥 정남진천문과학관에서는 40여 명의 관람객 앞에서 달이 흐릿한 윤곽만 드러냈다가 감추기를 반복했다.

부산에서도 국립부산과학관이 시민 대상 달 강의를 마련하는 등 개기일식 관측 자리를 마련했지만, 상당수 시민이 달 구경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국립부산과학관 관계자는 “날씨가 흐리다.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어 오늘 달을 관측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상청 예보를 보면 이 시각 부산 하늘의 기상 상황은 ‘흐림’이다. 하늘에 잔뜩 낀 구름은 오후 9시까지 계속돼 자정께가 돼야 걷힐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제주, 울산, 경남, 충북, 충남 등지 천문대를 찾은 이들도 아쉬움 가득한 탄식 속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편 개기월식, 블러드문, 슈퍼문, 블루문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슈퍼 블루문 개기월식은 1982년 이후 35년 만이다.

이번 관측 기회를 놓친 시민들은 19년 뒤인 2037년 1월 31일에야 슈퍼 블루문 개기월식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