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및 JTBC

“음주운전은 가중처벌하면서 음주범죄는 왜 감경해주느냐.”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 규정을 가리키는 ‘주취감경’ 폐지의 주된 근거로 거론되는 말이다. 2020년 만기출소하는 조두순에 관한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하자, 지난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직접 나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주취감경 폐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 수석은 “해당 조항이 음주로 인한 감경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사항에 관한 규정이라 삭제에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불과 2달이 채 지나지 않은 1월 말, 또 한번 ‘주취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일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가 2010년 서울 북부지검에 근무하던 당시 안태근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당사자로 지목된 안태근 검사는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보도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했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라며 공식 사과입장을 밝혀, 논란은 시작됐다.

안 검사의 사과문에 시민들은 “‘술 취해서 기억 안 난다’ 말하는 검사는, 범죄자가 똑같이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의문이다”고 격분하며, 안태근 검사와 성추행 사건을 덮은 것으로 지목된 최교일 전 국장과 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29일 오전 9시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올린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첨부 문서를 통해 8년 전 자신의 피해를 주장한 바 있다. 서 검사는 게시물을 통해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가 공공연한 곳에서 강제추행 했다”고 주장하며 ‘검찰 조직 내 성폭행 사건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부산에서는 만취상태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20대에게 법원이 음주상태를 감경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동현)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24) 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A씨 측은 “성폭행 범행 당시 만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CCTV를 통해 확인한 A씨의 행동을 바탕으로 ‘당시 음주로 인한 블랙아웃은 일시적 기억상실증일 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양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