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게 장사의 근본입니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회사도 좋아진다고 믿습니다.”

국내 최초로 백화점 내 어린이집 개원과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정착시킨 신세계는 직원 사이에서 ‘갓세계’라 불린다. 28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영업기획팀 박종섭(사진) 부장을 만나 선진적 직원 복지에 대해 물어봤다.

박 부장은 “여성 직원이 전체의 90%를 차지해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데 이를 회사에서 해결해주지 않으면 결국 고객과 회사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업계 최초로 전액 무료인 어린이집을 설치한 데다 프로그램도 좋아 협력사 직원의 경우 어린이집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도 자녀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지만 솔직히 맞벌이하면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출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지각은 다반사”라며 “저희가 처음 직장 어린이집을 만든 후 경쟁사에서도 직장 내 어린이집을 만들었는데 육아 복지는 경쟁적으로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 35시간 근무 제도도 이와 같은 취지로 도입됐다. 신세계는 지난 1일부터 오후 6시가 되면 팀 내 최소 인력만 남기고 대부분의 직원이 퇴근한다. 말뿐인 근무시간 단축이 아니었다. 신세계는 근로 시간 단축을 위해 ‘PC 오프제 강화’ ‘업무 몰입도 향상을 위한 시스템 개선’ ‘강력한 임원 순찰제’를 시행한다. 박 부장은 “말로만 ‘일찍 퇴근하라’고 하면 아무도 안 간다. 직원이 일찍 퇴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우리나라 근무 시간은 OECD 3위인데 반해 업무집중률은 하위 6위에 해당한다. 직원을 길게 잡아둔다고 해서 일이 잘 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업무 시간이 준 만큼 업무 강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회의도 사라졌고 직원 스스로 업무 계획을 고민하며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한다”고 평가했다.

박 부장은 “업무 강도가 높아 3D 업종에 비교될 만큼 힘든 백화점에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직원 삶의 질이 향상되면 업무 효율도 좋아진다는 믿음을 갖고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평일에 아이 얼굴을 보는 건 꿈도 못 꿨지만 지금은 저녁도 같이 먹고 놀아줄 수 있게 됐다”며 “집안이 편안하니 일도 더 잘 된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이 틀린 게 없다”고 즐거워했다. 박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