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 한우촌, 기장시장 대게 골목, 장안사 계곡 음식촌. 기장은 먹거리도 즐비하다. 그중 최고의 핫플레이스는 바로 연화리다. 풍부한 해산물과 전복죽을 취급하는 가게마다 주말에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비결은 바로 해녀가 직접 물질해 온 싱싱한 해산물. 연화리 앞바다에서 50년간 동고동락한 해녀 김정자(68) 씨를 만났다.

	해녀 김정자 씨는 “해녀만큼 내가 노력한 만큼 벌 수 있는 당당한 직업은 없다”며 “20년은 더 물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들은 해녀라고 하면 안쓰럽게 생각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출·퇴근 시간이 있나, 정년퇴직이 있나. 가고 싶을 때 가서 건져오면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나아.” 연화리에서 태어나고 해녀로 자라온 김 씨는 연화리 터줏대감이다. 김 씨는 “한 번 바닷속에 들어갔다 오면 적어도 20만 원어치 해산물을 채취하지. 운 좋으면 한 번에 50만 원어치 해산물을 건져올 때도 있고 말이야. 한 달에 7~8번 물질하면 300만~400만 원 정도는 거뜬하게 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해녀의 길로 들어서며 학교를 관뒀다. 이듬해부터 김 씨는 부전시장, 범내골시장에 나가 해산물 장사를 배웠다. 김 씨는 “어머니를 따라 물질을 배운 건 순전히 먹고살기 위해서였어. 밥 한 끼 제대로 먹기 힘든 시절 내게 물질은 가족의 밥줄이었는데 그나마 바다 속엔 먹을 것이 있었으니까 물질을 배울 수밖에 없었어”라고 회상했다. 김 씨의 스승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출신의 어머니로 김 씨는 부산 기장군 신암어촌계 회원 중 제주출향해녀 2세대다.

매일 4~5시간씩 이뤄지는 물질은 58년 베테랑 김 씨에게도 여전히 힘겨운 일이다. 해녀의 물질은 수심 10~20ｍ까지 들어가 숨이 목젖까지 왔을 때 수면 위로 올라와 짧은 숨을 쉬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고된 작업의 연속이다. 흔히 해녀 일을 두고 ‘저승에서 돈 벌어와서 이승에서 쓴다’고 하는 이유다. 김 씨는 “물속에서 1~2분 동안 호흡을 멈추고 더는 숨을 참을 수 없을 때 물 위로 잠시 올라와 숨을 고르지. 오랫동안 했는데도 익숙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해녀에게 대목은 지금부터 4월까지다. 7월부터 11월까지는 산란기로 해산물이 돌 밑으로 숨어 들어가 채취하기 힘들다. 겨울에는 말똥성게, 해삼, 전복, 소라 등 다양한 해산물이 많이 잡힌다. 김 씨는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에 물질이 힘겹지만 뭍으로 나와 해산물을 펼쳐보면 고된 마음이 싹 가셔”라며 “최근 바다 근처에 골프장 등이 들어서면서 바다가 오염됐어. 70년대 많이 보이던 멍게가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보통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물질을 하고 그날 채취한 해산물을 음식점에서 조리해 판매한다. 김 씨가 운영하는 ‘해녀천지할매’의 인기 메뉴는 전복죽이다. 최근에는 성게·낙지 등을 넣어 메뉴를 다양화했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식당을 찾고 있다. 김 씨는 “주말엔 앉을 자리도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몰린다. 아들 3명과 며느리 3명 등 현재 직원13명이 일하고 있는 데도 공휴일엔 일손이 부족하다”며 뿌듯해했다.

김 씨는 “해녀처럼 내가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당당한 직업도 없어. 앞으로 20년은 더 현장에서 물질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