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시인 작품새긴 바위도 방치

광안리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10억 원을 들여 만든 특화거리가 흉물로 전락했다.

부산 수영구 특화거리인 세흥시장길이 부실한 관리 탓에 흉물로 변하고 있다. 인공 개울의 석조 곳곳이 부서져 있고(왼쪽), 시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바위 벤치는 인근 상인들의 물품이 올려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28일 오후 부산 수영구 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 3번 출구. 출구를 나서자 광안리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세흥시장길’이 나타난다. 수영구가 2010년 총사업비 10억 원을 들여 특화거리로 조성한 곳이다.

차도는 아스팔트 대신 석재포장재인 사괴석으로 대체했고, 인도 곳곳에는 유명 시인의 작품을 새긴 바위 벤치와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다. 여름에는 인공 개울이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특화거리 조성 8년 만에 볼품없는 거리로 변해버렸다. 거리 초입에 있는 석재 개울은 곳곳이 부서졌고, 행인이 앉아 쉬며 시를 읽을 수 있도록 마련된 바위 벤치는 인근 가게에서 내놓은 물품을 쌓아두는 곳으로 전락했다.

도색이 벗겨진 ‘철제 의자’ 작품은 누군가가 자전거를 자물쇠로 채워 자전거 보관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2016년 작고한 조각가의 유족은 “작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것 같으면 구에서 철거하라. 그렇지 않으면 유족이 직접 관리하겠다”며 구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바위 벤치와 조각상 등으로 좁아진 인도에는 점포에서 내놓은 상품까지 더해져 복잡하기만 했다. 불편한 인도를 벗어나 차도를 택하려 해도 도로가 울퉁불퉁해 걷기가 쉽지 않다. 길을 오가는 자동차로 마모된 돌가루가 날리기도 한다. 광안리해수욕장을 찾는 방문객을 맞이하려 만들어진 거리가 원성을 사는 골칫덩어리가 됐다.

관리 부서가 달라 체계적인 관리가 안 된다. 조각품 도색 등은 구 건설과가, 그 외 구조물은 도시안전과가 담당하며, 동 경계에 위치해 남천1동과 광안2동 주민센터에서 일주일씩 청소를 하지만 통합관리가 아쉬운 상황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파손된 시설을 한번에 모아 정비하다 보니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광안리해수욕장을 찾는 얼굴에 해당하는 곳인 만큼 관심을 갖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