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안 읽는 당신, 정신이 가난하구만!” 단칸방에 책 3000권 채운 할아버지

감천문화마을 스타, 오광봉 씨

  • 최민정 기자
  •  |   입력 : 2018-01-22 19:29:59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불편한 몸에도 35년 신문배달
- 하루에 책 한 권 이상 꼭 읽어
- 성실한 모습에 전국 각지에 팬
- “작은 서원 만드는 게 내 꿈”

“정신이 가난하구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전한 이 말 한마디로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의 스타가 된 80대 노인이 있다. 불편한 오른손, 잘 들리지 않는 귀에도 35년 넘게 감천문화마을에서 신문배달을 하고 있는 오광봉(86) 씨 사연은 2014년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지금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꾸준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오 씨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댓글이 주를 잇고 실제 오 씨를 만난 후기를 전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손이 불편한 오광봉(86) 씨는 35년 넘게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서 신문배달을 할 뿐 아니라 책을 한시도 놓지 않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최근 찾은 오 씨의 13.2㎡(약 4평) 남짓한 집은 감천문화마을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정갈하게 꽂혀 있는 책 3000여 권 앞에서 오 씨는 “논어에는 인간의 삶을 꿰뚫는 지혜가 가득하다. 하루에 한 권은 반드시 읽어서 한 달에 30~45권을 산다”고 설명했다. 

책장 앞에는 오 씨 집을 방문한 이들을 찍은 사진은 물론 오 씨 앞으로 온 편지가 나열돼 있었다. 오 씨는 “여러 잡지와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본의 아니게 팬이 생겼다”며 미소 지었다. 책장 한 편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서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시집을 들어 올리며 “노 전 대통령은 5공 때부터 민주주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정치인”이라며 지난해 부산 서면에 나가 촛불을 들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평소 오 씨는 감천문화마을에서 ‘날다람쥐’라 불린다. 35년 넘게 밤 11시에 일어나 새벽 4시까지 300여 집에 국제신문을 포함한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 그가 신문배달을 시작한 건 쓰지 못하게 된 오른손 때문이다. 

북한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1·4 후퇴 때 부산에 내려온 뒤 액세서리 장사와 가내 수공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가죽을 떼어 혁대를 만들다 손을 심하게 다쳤다. 현재 그의 오른손 다섯 손가락은 주먹을 쥔 채 펼 수도 구부릴 수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그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웃어보였다. “팔다리가 없는 사람에 비하면 행복하죠. 처음엔 술도 많이 마시고 속상해했는데 신문 배달이랑 인연이 있었나봐.”

지인들도 오 씨의 성품에 혀를 내두른다. 줄곧 함께 일한 김한수 동괴정·감천지국장은 “불편한 몸인데도 스스로 열심히 살고 때가 되면 불우이웃돕기까지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국내외 관광객이 일부러 오 씨 집을 방문해 감동받는 이유는 그것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 씨의 소원은 두 가지다. 첫째는 헤어진 지 오래된 가족을 만나는 것, 둘째는 감천문화마을에 작은 서원을 만들어 책을 옮기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책 읽고 독후감을 쓰고 토론도 하며 책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 수 있는 독서 캠프를 열고 싶어요.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죠(웃음).”  

최민정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3. 3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4. 4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5. 5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6. 6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7. 7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8. 8[한 손 뉴스] 기장 문오성마을 어르신들, 트롯그룹 결성 자작곡 발매
  9. 9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10. 10제10회 2026 맘(Mom)편한 부산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3. 3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4. 4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5. 5장외로 나간 국힘 “李, 본인 사건 특검 임명…끌어내려야”(종합)
  6. 6“주민자치회 활성 위해 獨·스코틀랜드와 같이 정책반영 기반 필요”
  7. 7국힘 “이용철, 대장동 숨은 설계자” 민주 “법조 베테랑…법무장관 적격”
  8. 8與 “내란잔당 국힘 후안무치…탄핵 거론 제정신 아냐”
  9. 9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10. 10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1. 1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2. 2외국인, 올해 1~9월 부산서 카드 1조원 넘게 썼다(종합)
  3. 3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4. 4정지선 훠궈, 전주 명물 칼국수…롯데百 맛집에 외국인도 줄선다
  5. 5HUG 10개월 만에 또 수장 공백…당분간 대행체제 불가피
  6. 6‘블루 쓰나미’ 충격 여전…美기술주 반등에도 코스피 안갯속(종합)
  7. 7폭락장 반대매매 막아라…신용융자 담보비율 의무 면제(종합)
  8. 8국산화·지역 상생 앞세워 해상풍력 박차
  9. 9해군·해병대 AX 거점, 부산에 ‘둥지’
  10. 10신세계 센텀 ‘라이다’ 팝업 오픈
  1. 1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2. 2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3. 3[한 손 뉴스] 기장 문오성마을 어르신들, 트롯그룹 결성 자작곡 발매
  4. 4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5. 5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6. 6부울경 비 내리며 기온 뚝(종합)
  7. 7고령면허 자진반납땐 최대 30만 원…7534명 ‘응답’
  8. 8광안동 인도 돌진 벤츠 운전자 2심 법정구속
  9. 9탐방 허용-자연보전 통제 ‘절묘한 균형’…100년 지킨 원칙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9일
  1. 1가을이 물든 필드…아마골퍼 300여 명 ‘열정·화합의 샷’
  2. 2“국제신문 골프대회, 아마추어 골프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되길”
  3. 3남자부 A조 어정우 씨 “뜻밖의 우승…양산과의 인연 감격”
  4. 4여자부 우승자 황은경 씨 “매번 새로워…건강하게 오래 즐기고파”
  5. 5남자부 B조 홍정삼 씨 “퍼트 감각 빛나…목표는 A부 우승”
  6. 6‘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7. 7삼성,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통산 9번째 우승
  8. 8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9. 9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10. 10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우리은행
체인지! 부산교통
고령면허 자진반납땐 최대 30만 원…7534명 ‘응답’
금정산국립공원 시대
탐방 허용-자연보전 통제 ‘절묘한 균형’…100년 지킨 원칙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