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주민 남포동 우회 불편민원

- 전교생 96% “통학로 위험” 반대

- 학부모 서명운동·교육청도 반발

- 구청 “민원 고려해 사업 검토

부산 서구가 서대신동에 위치한 부산여중 앞 주택가에 도로를 신설하기 위해 학교 정문을 허물려고 하자 학생과 학부모, 원주민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 서구는 이달 말부터 내년 12월까지 부산여중 앞 주택가에 너비 8ｍ, 길이 80ｍ 도로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사업은 1972년 부산시가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하면서 수립됐다. 2014년 준공된 신축 아파트(300여 세대)와 일부 주민이 교통 불편 민원을 제기하면서 도로 신설의 필요성이 검토됐다. 이곳 주민들은 남포동 방향으로 가려면 구덕터널 방향으로 1㎞가량 지나 유턴해야 한다. 하지만 부산여중 앞 정문을 허물고 직선 도로를 내면 100ｍ 안에 동아대병원 앞에 도달하고, 200~300ｍ 안에 왕복 8차로인 도로와 만나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도로 건설 계획이 일부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여중에는 현재 학생 교직원 등 600여 명이 다닌다. 부산여중 측은 지난 6월에도 “신설 도로가 생기면 차량통행이 증가해 등·하교 시 학생들의 교통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해당 도로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공문을 서구에 보냈다. 학교는 전교생의 96%가 도로 개설에 반대했다는 의견 수렴 결과도 덧붙였다. 

부산서부교육지원청 측도 “교문을 나서면 완충공간 없이 바로 차도와 맞닥뜨려 교통사고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고, 교문 후퇴는 교내 차량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학교 측 의견을 반영할 것을 서구에 요청했다.

부산여중 학부모들은 아파트 신축 공사 때도 면학 분위기가 방해됐는데 또 소음 분진으로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됐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학부모회 회장 김수미(47) 씨는 “남포동 방향 진출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학생의 통학권을 위협할 수는 없다. 이미 도로 신설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구에 전달했는데 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회는 최근 3일간 378명의 도로 신설 반대 서명을 받은 집단 민원서를 구에 제출했다. 학부모회는 주민을 대상으로 도로개설의 부당함을 알리고 서명 운동을 지속하는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서구 건설과 관계자는 “지난 10일까지 도로 신설에 대한 의견 수렴 기간이었다. 민원을 고려해 사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석희(자유한국당) 구의원은 “정문을 허무는 대신 한 블록만 내려와 건물 한두 채만 매입하면 아파트와 보수대로를 이을 수 있다”며 “주민 교통 편익과 학생 안전을 동시에 충족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