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마다 新전략산업 계획 불구
- GRDP·고용률·수출 ‘빨간불’
- 국비 확보난에 집중 육성 한계

- 전남·전북 등 시·도 협력 통해
- 친환경 선박·전기자율차 개발
- 조선기자재·차 부품 불황 극복

- 문현·동삼·센텀단지 연결하는
- 부산형 혁신클러스터 추진
- IT·ICT 등 신산업 기업 유치도

“2020년 시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2만5000달러, 고용률 65%, 수출 300억 달러 달성.”

부산시가 2014년 해양산업과 융합부품소재산업 등 5대 신전략산업을 발표하며 밝힌 목표다. 하지만 부산시민 1인당 GRDP가 2014년 2134만 원에서 2016년 2355만 원으로 221만 원 증가하는 동안 인천은 2428만 원에서 2781만 원으로 353만 원 늘었다. 고용률을 보면 부산은 지난해 56.0%로 인천(61.0%)보다 5%포인트나 낮았다. 단기 경제지표에 근거해 도시의 순위를 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수치로 나타난 ‘대한민국 제2 도시’ 부산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불황의 늪에 빠진 전략산업

부산의 미래 청사진을 볼 수 있는 것이 1999년부터 전국 최초로 제정해 5년마다 계획을 재수립하는 ‘전략산업’이다. 국내외 산업여건 변화와 정부의 정책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올해까지 추진되는 전략산업은 부산테크노파크, 부산발전연구원의 공동 연구와 지역 산학연관 전문가회의, 공개워크숍 등을 거쳐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시는 당시 10대 전략산업을 ▷해양 ▷융합부품소재 ▷창조문화 ▷바이오헬스 ▷지식인프라서비스 등 5대 전략산업, 18대 유망분야로 개편했다.

시는 신전략산업을 발표하며 융·복합화와 고령화, 글로벌화로 치닫고 있는 국내외 산업트렌드와 창조경제 신특화 등 정부의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역 전략산업 정책목표 변화와 효율성 제고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비 확보의 근거 마련을 통한 예산의 효율적 활용과 전략산업 중심의 혁신자원 집중 연계에 따른 지역혁신 역량 제고, 선도기업 육성·월드클래스 300 지원을 통한 지역기업 경쟁력 제고 등에 큰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계부품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자동차 조선 조선기자재 등 전방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항만 물류 산업마저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결론적으로 부산의 전략산업 대부분이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제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반산업이기 때문이다. 전략산업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영화영상 산업도 영화제와 같은 축제에 쏠리기보다는 산업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IT산업도 마찬가지. IT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은 회사가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면 대부분이 서울로 이전해 가는 경우가 많다. 잘되는 IT 기업마다 수도권으로 이전한다면, IT가 부산의 전략산업이 될 수 없다.

부산상공회의소 김재동 조사연구본부장은 “전략산업 육성 정책의 주체는 예산을 분배하는 중앙정부라는 점에서 지역의 전략산업은 지역특화산업이라는 성격을 띠기 때문에 지역 특화산업의 위기 앞에서 지역의 전략산업도 무기력해 보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산업 없이는 미래의 성장 동력도 없다는 점에서 현재와 미래를 잘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접근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신기술 융합이 관건

시는 일자리 창출형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이라는 큰 틀에서 부산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전통 제조업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 제4차 산업혁명 산업의 융합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시는 오는 25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전문가 토론, 시민·기업 여론수렴 등을 통해 연내 전략산업 육성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지역육성 정책사업 일부가 산업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중소기업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력산업은 중소벤처기업부로, 경제협력산업은 산업부에 존치한 것이다. 시는 이에 따라 지역 주력산업으로 ▷바이오메디컬 ▷클린에너지 ▷지능정보서비스 ▷지능형기계부품 등 4개 산업으로 개편했다. 시는 2020년까지 국비 1095억 원, 시비 550억 원 등 1645억 원을 산업별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시는 지역 주력산업인 조선·자동차 산업은 국가적 차원의 시·도 협력 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부산은 유망품목 개발 및 사업화 지원사업으로 전남, 전북과 각각 스마트 친환경선박, 전기자율차 등 2개 분야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2020년까지 국비 773억 원, 시비 330억 원 등 총 1103억 원이 투입된다.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부산형 혁신클러스터도 추진한다. 시는 세계적인 기업과 인재 유치를 위해 국가 공공기관이 이전한 문현·동삼 지구를 중심으로 센텀첨단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기업 집적 혁신거점을 만들어 규제 특례, 정부 세제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문현 지구는 핀테크와 기술금융을 활성화하고, 동삼 지구는 조선, 해양플랜트 연구개발을, 센텀은 ICT를 중심으로 게임 로봇센서 디지털콘텐츠 VR AR등의 신산업 기업 유치에 나선다. 정부는 다음 달 중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6월 법령 개정 완료를 통해 10월께 클러스터 지구를 지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김기영 경제부시장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역 전문가 등과 협의해 부산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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