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 의과대학에서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수(25·사진) 씨는 처음 나간 노숙인 아웃리치를 잊을 수 없다.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사회복지사와 부산역, 사상역, 부산진역, 남포동, 송도와 영도 일대를 도는데 한 번 돌 때 80명 넘는 노숙인이 구석구석 안 계실 것 같은 곳에 계시더라고요. 그중에서 스스로 말기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포기한 분을 보며 많은 생각이 교차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공부에 전념한 김 씨에게 2016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모임인 평화나비 네트워크 대표 활동은 소외된 이들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삶을 살도록 한 계기가 됐다.

김 씨가 지난해 9월 만든 부산 의과대학 소속 학생 연합 동아리 ‘라포’에는 현재 고신대 동아대 인제대 의대생 10명이 활동하고 있다.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 신뢰관계를 뜻하는 ‘라포’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환자나 예비 환자가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이해하고 돕는다.

라포는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노숙인 아웃리치 현장을 찾고 ▷쪽방 상담소 방문 ▷노숙인 무료 진료소 설문조사 ▷쪽방 도배 봉사활동 등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가장 아픈 곳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다짐을 새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송도 요양병원에서 외과 전문의로 근무 중인 최충언 의사와의 만남이 큰 도움이 됐다. 전치훈(23·고신대 의과대학 본과 3학년) 씨는 “처음엔 내가 노숙인을 돕고 있다고 여겼는데 그건 그들 위에 내가 있다고 여겼던 교만한 마음에서 비롯된 거였다. 가진 걸로 사람을 위아래로 나눌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포는 최근 텀블벅의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기부자에게는 이들이 직접 만든 군고구마 캐릭터가 들어간 배지와 엽서를 선물하고 수익금으로 노숙인과 의대생을 초대해 함께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는 ‘노숙인과 함께하는 달콤후끈한 밤’을 열 예정이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