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에도 전담 인력 없어
- 노숙인 절반 이상 우울증 등
- 의료적 개입 공백사태 ‘비상’

노숙인 대부분이 우울증, 대인기피, 알코올중독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 거의 유일하게 노숙인의 정신건강을 살피는 사업이 지난해를 끝으로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병원은 최근 주거취약계층 보건복지네트워크사업을 중단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업은 부산대병원 권역호흡기질환센터가 2013년 9월 부산시, 노숙인시설 등 지역기관들과 ‘부산시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 지역보건-복지서비스 네트워크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난해까지 진행됐다. 주요 내용은 부산대병원이 매년 4000여만 원의 예산을 배정해 전문가인 정신보건 분야 사회복지사를 채용해 노숙인 시설을 방문하고 상담 사례관리 교육을 지원하는 등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1명의 정신보건 사회복지사가 집단상담 620여 건, 개별상담 440여 건을 했으며 노숙인주거시설 등을 방문해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이 배정되고도 사업은 중단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계약직 신분의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를 정규직화해야 하는데 기획재정부의 정원(TO) 확보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중단된 배경이다.

사업 중단으로 당장 노숙인의 정신건강을 돌볼 인력이 없다. 부산시나 부산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도 별도로 노숙인의 정신건강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없다. 다만 재능기부로 참여한 정신과 전문의 1명과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6명 등으로 구성된 ACT팀(위기관리팀)이 일주일에 한 번 고위험군 정신질환 거리노숙인 30명을 관리하는 정도다.

서울시가 2012년 이미 전문의 1명과 정신상담전문간호사·사회복지사 8명으로 구성된 노숙인 전문 정신보건팀을 운영 중인 것과 대비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벌인 노숙인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노숙인의 과반인 52%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이 가운데 거리노숙인과 쪽방 주민의 우울증 비율은 69%, 83%로 의학적 개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분열 등 정신질환자도 29%나 됐다.

부산에서 노숙인을 지원하는 한 현장 활동가는 “노숙인의 대다수가 우울증과 대인기피, 심하게는 정신분열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알코올 등 약물중독까지 합치면 그 수는 엄청나다”며 “그런데도 노숙인의 정신건강을 살피는 전문 사회복지사가 한 명도 없는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2016년 기준 부산에는 거리 노숙인 150여 명을 비롯해 770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겨울에는 타 지역의 노숙인들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부산으로 몰린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예산은 확보된 상태지만 여러 문제로 사업이 중단됐다.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