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락밴드, 보컬동아리, 어쿠스틱 기타 동아리.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꿨을 공연동아리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막막한 취업 절벽 앞에 내던져진 대학생들에게 공연동아리는 선택하기 힘든 활동이 돼버렸다. 이처럼 척박해진 환경에서 대학 공연문화를 살리려 애쓰는 사람이 있다.

부산 대학문화연합회 구자영(32·사진) 회장은 7년 전 부경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총학생회장이 되고서 학내 동아리간담회를 연 그는 공연을 꿈꾸는 학우들이 많지만 그들의 끼를 발산할 곳이 없다는 현실을 알게 됐다. 그는 곧바로 인근 대학 총학생회장들과 함께 남구대학문화연합회를 꾸렸다. 지자체나 기업체의 문화행사 공모에도 뛰어들었다. 구 회장은 “어떻게든 문화공연 동아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회상했다. 남구대학문화연합회는 3년 뒤 사단법인 부산대학문화협회로 확대됐다. 협회는 부산시 예산으로 부경대 담장을 따라 조성된 향파문학거리 인근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대학로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도 공연동아리가 줄긴 했지만 요즘 더 심한 것 같다. 창업 동아리나 취업과 관련된 곳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이런 때일수록 더욱 많은 공연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공연의 수준을 비판하는 지적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대중 공연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상업적으로 변질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현재 공연장은 대학로 놀이터로 1곳 밖에 없지만 앞으로 부산지역 대학 곳곳에 이 같은 공연장을 마련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