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 포스터. 국제신문 DB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판도라’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거론된 사실이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 합동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위)는 12일 영화 ‘판도라’ 지원 배제 사유 등이 적힌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업무수첩을 공개했다.

수첩 내용에 따르면 김 전 장관과 김종국 전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자회사 CAC엔터테인먼트가 원전 비리와 정부 책임으로 원전재난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면서 “주연 배우 또한 노사모 회원인 김명민 등이므로 정부 지원을 배제하고 배급사를 조정해 흥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

특검이 압수한 김 전 장관의 업무수첩엔 ‘※원전재난영화 - ·부산국제영화제 자회사(CAC엔터테인먼트) - ·김명민(노사모), 김영애, 정진영 - ·원전비리, 정부책임 - ·서울시, 강원도 촬영 - ·정부돈빼고/배급사조정/흥행실패’ 등이 차례대로 적혀있다.

영화 ‘판도라’의 지원 배제를 직접 건의한 김종국 전 영진위 부위원장은 전 대통령 박근혜 씨의 대선캠프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또한 우파 성향의 문화예술인 단체로 알려진 ‘문화미래포럼’ 출신으로, 그가 2014년 12월 말 영진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될 때 문화계에서는 ‘코드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조사위는 “김종덕 전 장관이 임명한 김종국 영진위 부위원장은 재난영화 ‘판도라’의 지원 배제를 김종덕 전 장관에게 직접 건의하는 등 영진위 9인위원회가 ‘쟁점 영화’, 즉 블랙리스트 영화인과 영화단체에 대한 지원사업 배제를 위한 사실상의 블랙리스트 실행 기구였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AC엔터테인먼트 측은 “‘NEW’라는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외압은 느끼지 별달리 못했다. 다만, 제작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자회사가 만드는 작품인 데다 ‘원전’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다 보니 부산시를 비롯해 주위에서 우려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판도라’는 부산국제영화제 자회사 CAC엔터테인먼트가 부산에서도 대형 영화를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조성하고자 제작한 영화로 2016년 개봉해 458만 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