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용·비음용수 상관없이 의무화
- 상수도본부 “위생에 문제 소지”
부산외국어대학교가 비음용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해 공분(본지 지난 4일 자 8면 등 보도)을 사고 있다. 이번에는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염소 소독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집단급식소의 지하수 소독장치의 설치에 따른 경과 조치)과 부산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학교 같은 집단급식소에서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할 때는 용수저장 탱크에 염소 자동주입기 등 소독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부산외대는 이런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3년 넘게 학생과 교직원 등 1만여 명의 구성원에게 지하수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에 염소소독기 설치가 의무화된 것은 최소한의 물 안전이라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서 각 가정으로 보내는 수돗물은 침전(불순물 가라앉히기)·여과(활성탄과 자갈 통과)·살균(염소 살균) 등 5개 이상의 과정을 거치지만 지하수는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돼 있다. 이 때문에 염소를 통한 최소한의 살균 과정이라도 거쳐 물을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수돗물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반면 지하수는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 수질이 나빠지는 등 일 년 내내 똑같은 수질이 유지되지 않는다. 노로바이러스와 같은 식중독 대다수가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에서 발생하는 만큼 염소 소독 없이 지하수를 공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염소 소독은 물 속에 살아있는 미생물을 죽이는 역할을 하므로 ‘정화’ 과정에서 빠져서 안 된다. 지하수는 염소 소독을 거쳐야만 물 속에 살아 있는 대장균군과 일반세균 등을 살균할 수 있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관계자는 “정수장에서 소독 처리를 한 물이라도 파이프 라인을 타고 공급되는 과정에서 소독된 미생물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1만 명이 사용하는 지하수에 염소소독기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외대 측은 염소소독기 설치가 법적 의무라는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을 위탁 운영 중인 업체 측은 “억울하다. 당연히 상수도본부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인 줄 알았고 지하수가 섞였다는 것을 몰랐다”고 토로했다.
부산외대를 관할 중인 금정구도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금정구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불법이 맞다. 매년 정기적으로 급식소 내부와 조리사들의 위생만 점검했을 뿐, 지하수가 사용되는지 여부를 따져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