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는 직원들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병원을, 평생직장으로 믿고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이에 대한 해답은 앞으로도 저한테 주어진 숙제입니다.”

직원 복리후생 확대가 자신의 임무라고 말하는 이형철 대표원장. 곽재훈 전문기자

1일 만난 예쁜미소바른이치과 부산 서면점(예바치과) 이형철(43) 대표원장은 2006년 지금 치과 근처에서 처음 병원을 열었을 때부터 이런 고민을 이어왔다. 고민의 결과가 하나씩 실천되면서 직원 복리후생은 크게 향상됐다. 서면 예바치과 직원 65명은 동료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육아휴직을 내고, 탄력근무나 휴무를 자유롭게 신청한다. 이 원장은 “처음 병원을 시작할 땐 직원이 3명이었다. 당시엔 자유로운 탄력근무 같은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환자가 늘고 병원도 덩치를 키우면서 이 원장의 고민은 좀더 진지해졌다. “나를 믿고 내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 결혼을 하거나 임신하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직원들을 위한 배려를 실행에 옮길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원장은 법으로 보장된 범위 안에서는 출산·육아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조치했다. 또 일주일에 5일을 근무하는 동안 일요일을 제외한 휴일 하루는 직원이 원하는 요일에 쉴 수 있게 했고, 오후 출근이나 주 4일 근무 등 탄력근무도 도입했다. 이 원장은 “각자 업무부담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주어진 권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만 보장해도 직원 만족감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출산·육아휴직, 탄력근무 등에 따른 공백을 메우려 서면 예바치과는 지난해에만 13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하지만 병원 경영에 무리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이 원장은 “한때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직원을 80명까지 늘려보기도 했지만, 직원 복지 보장과 병원 경영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퍼주기’만 하다 직원들이 회사를 잃게 할 수는 없다. 복리후생 보장과 경영 상태를 조율하는 게 내게 주어진 임무”라고 말했다.

임신·출산·육아를 배려하는 기업문화에 대해 이 원장은 “병원은 직원들의 회사이기도 한 만큼 함께 경영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개인 사업의 특성상 대표가 손을 떼거나 물러나면 그간 일궈온 경영문화도 함께 사라지고 만다”며 “때가 오면 나도 물러날 생각이다. 하지만 직원이 머리를 맞대가며 하나씩 만들어온 경영문화는 더 오래도록 남아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