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전 남편과 낳은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려면 친아버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친아버지에게 자녀를 학대하거나 일정기간 이상 부양을 외면한 잘못이 있을 경우에만 동의 없이 입양이 가능하다고 봤다.

　부산가정법원 가사1부(김종민 부장판사)는 “아내가 앞선 결혼에서 낳은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도록 허용해달라”는 A 씨의 항고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 남편인 친아버지가 동의하지 않으면 아내의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제1 심판은 정당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친양자 제도는 양자를 부부 혼인 중 출생자처럼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입양한 부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친생자로 기록된다.

　아내 B 씨는 C 씨와 결혼해 자녀를 낳았으나 2013년 4월 협의 이혼했다. 이혼 당시 친권자는 C 씨 였다. 그러나 C 씨가 2015년 자녀를 때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으면서 B 씨가 친권자가 됐다. 비록 친권자가 변경됐지만 C 씨는 매달 50만 원의 양육비를 B 씨에게 보냈고 자녀와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었다.

　현행 민법은 친양자가 될 사람의 친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친부모가 3년 이상 자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면접교섭을 하지 않은 경우, 자녀를 유기 학대 한 경우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입양을 허용한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C 씨가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던 중 학대 행위로 처벌받은 적은 있지만 양육비 지급상황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은 점을 보면 C 씨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3년간 부양 및 면접 교섭을 하지 않았다거나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쳤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