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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평화의 소녀상 격랑의 1년…‘평화’는 언제 오나

설치 규탄 벽보·‘테러’ 계속되고 시는 ‘위안부 조례’와 연관 부정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17-12-24 19:28:02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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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해 차로 분란은 현재진행형
- 시민단체 1주년 기념 행사 개최
- “아베대신 사과” 일본인 편지 전시

‘둥 둥 둥 둥 둥’, ‘채랭 챙 채랭 챙챙’. 지난 23일 오후 3시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 총영사관 앞 노상에서 북과 꽹과리 소리가 높게 울렸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산지회(이하 부산민예총) 소속의 풍물패는 이곳에 자리한 부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부터 기세를 올려 150m가량 떨어진 정발 장군 동상 앞까지 휘몰았다. 12월 짧은 해가 기우는 시각 기온이 어쩐 일인지 영상 10도를 웃돌았다. 왜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장군의 동상은 소녀의 아픔처럼 나부끼는 풍물패의 상모를 굽어보고 있었다.
‘소녀상 건립 1주년 기념 문화제’에 참가한 방영미 씨가 지난 23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맨발로 ‘소녀의 꿈’ 공연을 펼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설치한 지 1년을 맞은 부산 평화의 소녀상에는 아직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8일 설치할 때부터 소녀상은 모진 시련을 겪었다. 관할 동구는 불법으로 규정한 소녀상을 철거했다가 거센 시민 항의를 받은 뒤에야 이곳에 돌려줬다. 이후에도 소녀상은 좌불안석해야 했다.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를 귀국시키며 항의했고 쓰레기나 자전거, 소녀상 설치를 규탄하는 벽보가 소녀상을 둘러쌌다. ‘테러’를 공언하며 방문한 이와 이를 막으려는 이들이 다퉜다. 부산시의회가 제정한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시가 부정하는 모습을 소녀상은 앉은 채 지켜봐야 했다.

부산민예총이 이날 소녀상 앞에서 거리공연 ‘죽음을 건너 부르는 소녀의 노래’를 기획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회를 맡은 부산민예총 강주미 위원장은 지난 16일 숨진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를 거명하며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고인의 말을 인용했다. 박수 대신 위안부 피해자를 추념하는 묵념으로 공연이 열렸다. 시민 수십 명이 몰려든 가운데 이날 풍물패를 비롯해 맨발의 현대무용가, 기타를 멘 작가 등 8팀이 거리공연을 하며 위안부 피해자를 위로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이하 소녀상 시민행동) 측도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를 ‘부산시민 행동주간’으로 정하고 전시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그간 소녀상을 방문한 시민이 남긴 목도리 편지 등 100여 점을 전시했고, 이날 오후 4시에는 합창단 공연도 열었다. 지난 2월 소녀상을 찾은 일본인 방문객의 편지가 눈에 띄었다. 이 방문객은 “과거 전쟁에서의 범죄를 은폐하는 아베 정권을 대신해 사과한다. 위안부 할머니와 마음을 모아 싸우겠다”는 편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소녀상은 평화보다 분란의 상징으로 남았다. 부산민예총 공연이 시작된 지난 22일 한 시민단체가 ‘미움 대신 용서를’ ‘한미일 동맹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부착했다. 소녀상 시민행동이 이 현수막을 뗐지만, 24일 새벽 1시에도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설치돼 이날 오후까지도 자리를 지켰다. 이날 부산민예총 거리공연의 세 번째 공연자로 나선 작가 황경민 씨는 이런 노랫말로 자작곡인 ‘소녀의 노래’를 맺었다. ‘이제 소녀는 사라져 가네. 소녀의 꿈은 지워져 가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부산 평화의 소녀상 1주년 주요 사건 

2016년 
12월 28일

부산겨레하나, 동구 초량동 일본 총영사관 앞 설치 

동구, 소녀상 강제 철거

12월 30일

동구, 소녀상 재설치

12월 31일

부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2017년 
1월

일본 정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항의성 귀국

2월

소녀상 인근 ‘반일감정 악용 종북좌파 물러나라’ 게시물 부착

3월

소녀상에 자전거 묶는 ‘테러’

4월

쓰레기 투기·페인트 테러

박정희·이승만 흉상 설치 시도

6월

부산시의회, ‘소녀상 조례’ 발의 
4개월 만에 제정 

7월

부산시 여성가족국장 “소녀상과 
조례는 무관한 것” 발언 파문

12월

서병수 부산시장 “소녀상 설치는 부적절” 서일본신문 인터뷰 보도 

부산겨레하나 ‘소녀상 시민행동’ 주간 전시회·합창단 공연

부산민예총 ‘죽음 건너 부르는 소녀의 노래’ 거리 공연

소녀상 인근 ‘미움 대신 용서를’ 
‘한미일 동맹강화’ 현수막 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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