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여·43)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핵심 쟁점이었던 ‘항로 변경’을 무죄로 인정받아 실형을 면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떠나는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해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한항공 KE086 항공기를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재판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이동한 공항 지상로가 항로인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항로에 지상로가 포함된다고 판단해 항로 변경 유죄를 인정,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항로의 사전적 정의는 항공기가 다니는 하늘길”이라며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항로를 하늘길로 본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에 비춰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것을 항로에서 이동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며 “지상의 항공기가 운항 중이라고 해 지상에서 다니는 길까지 항로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가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이번 판결은 지난 9월 26일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내려진 첫 전원합의체 선고였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