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로코 탕헤르서 만난 중년남성
- 관광경찰 사칭 안내비 요구 불운
- 우연한 만남이 행운 이어지기도
- 이를 받아들이는건 여행자의 몫
- 한해 다양한 해외 재생사례 연재
- 화려하진 않지만 도시상징 살려
- 역사·사람·스토리 보존 공통점
여행지의 우연한 만남이 불운이 된 곳은 모로코 탕헤르(Tanger, Morocco)였다. 아실라(Asilah) 성채마을에서 그라피티와 그라피티 축제로 여행의 성취감을 충분히 맛보고 도착한 곳이 탕헤르였다. 메디나(Medina)에서 숙소를 찾고 있을 때 웬 중년이 다가와 관광경찰이라면서 신분증이라고 뭔가를 슬쩍 보여주고는 도와주겠다기에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자 그는 어느새 다가와서는 길을 찾기 어렵다,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면서 따라붙어서는 뭔가를 설명하고 방향을 잡고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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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코의 벽화 도시 아실라의 성채마을에서 만난 아름다운 벽화.(제3회) |
다음날 그는 한술 더 떠 숙소의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안내를 하겠다며 앞장서기에 거절하자, 딱 한 군데만 가자면서 상점으로 안내한다. 물건을 사지 않고 상점을 나서서는 해변 커피숍에서 시간을 죽이자 그는 사라졌다. 다음날 배낭을 챙기고 숙소를 나서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지 그는 안내비와 보호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금이 없고 신용카드뿐이라 하고는 그와 함께 은행으로 갔다. 뒷면에 ‘도와 달라, 경찰을 불러달라’고 쓴 현금인출서와 함께 카드를 직원에게 건네니, 몇 분후 그는 보이지 않았다. 경찰에게 안내를 요청한 뒤 스페인 말라가로 가는 페리를 타자, 그는 저 멀리서 노려보고 있었다. 즐거움보다는 안도감으로 손을 흔드는 사이, 페리는 탕헤르 항구를 떠나 말라가로 향하고 있었다.
■우연과 필연, 행운과 불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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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만난 툭툭이(삼륜오토바이) 기사 랭의 소개로 찾은 캄보디아의 바티 호수. |
만남이 행운이 된 곳이 물론 더 많다. 태국 방콕대학교의 ‘펠레 교수’(별명)처럼 공식적인 계기로 인연을 맺은 필연적인 만남이 행운으로 이어지기도 했으나, 캄보디아 씨엠립(Siem Reap)에 가기 전에 SNS에서 만난 툭툭이(삼륜오토바이) 기사 ‘티비(Tivy)’ 같은 우연한 만남도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만난 그로부터 프놈펜 툭툭이 기사 ‘랭( Leng)’도 소개받았다. 타비와 랭이 있어 캄보디아 여행은 더욱더 풍요로워졌다.
특히 베트남 후에의 탄 토안 마을에서 구멍가게를 하면서 손님이 올 때마다 즉흥시를 읊어주는 물장수 여인은 문학이론으로 설명해온 ‘시인의 존재’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가져다주었다. 물장수 여인과 우연한 만남처럼 여행은 우연의 기회로 여행다워진다. 그 기회를 행운이나 불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여행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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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우데 자네이루에 빈민 지역에 있는 셀라론 계단. 이야기를 간직한 벽화들로 명소로 거듭났다.(제5회) |
올해 1월 2일부터 매주 수요일에 연재한 ‘오래된 미래 도시를 찾아서’가 이번 주로 끝을 맺는다. 올 한 해 동안 격려와 질책을 보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이번 연재는 여행을 다니면서 겪고 본 많은 현상을 놓고 초점을 ‘도시재생’으로 맞춘 것이다. 여행의 초점은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와 같은 종교로, 아시아, 유라시아, 유럽 등의 지역으로,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관광명소와 옛 유적에서 문화적 독특성과 재생을 모색하는 현장으로 변화해갔다.
도시재생이 내 여행의 초점이 된 것은 2007년부터이다. 그해 도시재생에 관한 용역 연구를 맡으면서 그 사례를 찾아 일본 나가사키와 말레이시아 말라카를, 이후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분명히 구별되는 유럽 지역, 특히 동유럽에서 중유럽을 여행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작고 오래된 사례 속에서 본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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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슬로 비겔란 조각공원에 있는 아이 동상.(제4회) |
근 10년간 여행의 결과로 이번 연재는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사례’ 또는 ‘근대(이전) 도시의 문화예술적 재생 사례’를 쉽게 풀어쓰고자 의도한 것이다. 그에 걸맞은 사례로 소개할 도시를 선정하고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도시들은 대체로 G20(G7 선진 7개국과 G12 신흥 공업 경제 지역 국가)에 속한 곳이 아니다. 다만 43회에 걸친 연재 가운데 다음의 도시는 G20에 속하지만, 예외적으로 다룬 도시들이다. 막대한 경제적 지출로 문화예술과 관련된 빌딩을 건축한 것이 아니라 옛 문화를 복원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투입과 상관없이 문화예술가들이 문화예술적 성과를 이루어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 근대사와 연관되어 있으면서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된 멕시코 유카탄반도, 개인의 희생과 노력으로 문화예술의 자산을 일군 인도네시아 우붓이 그런 도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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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츠와프의 길거리에서 나팔을 불고 있는 난쟁이 동상.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작고 진정한 것이 도시의 상징이 된 사례다.(제1회) |
또한, 이번 연재에서 내가 집중한 도시들은 그 역사가 근대 이전에 형성되어 발달해온 곳으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완전히 분리된 지역으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특히, 구시가지에는 그 도시만의 독특한 정체성과 문화예술의 역사가 남아 있다. 그 정체성과 역사가 관광명소로 되었든 아니든, 그것을 이어주는 스토리텔링은 여행자의 몫이자 미지의 여행지로 남아 있다. 다만, 근대 이후에 형성된 뉴질랜드의 도시들 가운데 천재지변으로 인하여 파괴된 도시를 문화예술을 통하여 재건한 사례는 예외적으로 포함해 다루었다.
스스로 만든 이러한 기준으로 연재를 하는 과정에 몇몇 독자들이 왜 동남아시아를 다루지 않는지 질문했다. 그래서 도시의 형성에 관한 학술적 설명과 기준은 일단 젖혀 놓고, 동남아시아 도시들, 인도네시아의 우붓, 말레이시아의 페낭, 미얀마의 응아빨리, 베트남의 후에 탄 토안 마을, 태국의 난을 별도로 다루었다. 이렇게 다룬 동남아시아 도시들의 공통점은 시민이나 문화예술가의 개인적 열정과 노력으로 일구어진 문화예술자산이 미술관이나 박물관, 특정 예술운동의 형태로 해당 지역이나 도시, 국가를 대표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문화·예술·역사·사람과 스토리를 잘 간직한 도시라는 공통점이 나온다. 이를 ‘오래된 미래도시’라 부르고 싶다.
여행은 우연의 기회이긴 하지만, 여행자는 그 기회를 다시 즐기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배낭을 싸고 신발 끈을 조인다.
민병욱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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