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 야구·사격·경마장…
- 송년회 시즌 맞아 문전성시
- 대학가 VR게임장도 성업
- 부산 관련 시설 40곳 육박
“대박, 또 안타!” “아, 조금만 더 세게 쳤으면 홈런인데….”
| |  |
| 스크린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스포츠 게임이 인기다. 지난 14일 밤 직장인들이 부산 동래구 스크린 야구장을 찾아 게임을 즐기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
15일 오후 7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 근처 스크린야구장. 탄식과 환호가 교차하는 가운데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4만9000원을 내면 1시간30분 동안 9회 말까지 야구경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7~8m 앞의 스크린에서 가상의 투수가 공을 던지고, 이를 타격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5개의 경기장이 모두 꽉 찼다.
| |  |
| 스크린 사격장과 실내 양궁장도 성업 중이다. 서정빈 기자 |
2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8명이 자연스레 섞여 타격 삼매경에 빠졌다. IT 계열 업종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송년회 모습이다. 박경수(31) 씨는 “지난해까지 송년회는 회사 앞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2차는 노래방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한 시간 동안 운동하며 웃고 떠들다 보니 어려웠던 부장님이 큰형님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리얼야구존 박원철(39) 대표는 “연말이어서 그런지 단체 예약 절반 이상이 직장인”이라며 “여기서 2차 내기를 많이 하는데, 2차도 술집보다는 커피숍 등지로 가는 분위기다”고 귀띔했다.
같은 날 밤 9시. 부산대 근처 VR 게임장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평일 낮에는 주 고객이 20대 대학생이지만,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과 밤에는 직장인이 지배한다. 여기에서는 롤러코스터와 외나무다리 건너기 등 8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고층빌딩 위 외나무다리 건너기’로 최근 텔레비전에 소개된 뒤 도전하는 이가 늘었다. VR리얼존 하세윤(42) 대표는 “대부분 게임이 4명 안팎의 소규모 인원으로 하지만, 8명 가까이 돌아가며 즐기는 가상 좀비 게임도 있어 단체 예약자도 제법 있다”고 설명했다.
바야흐로 가상현실(VR)시대다. 운동과 레저가 스크린이나 VR로 이뤄진다. 추위도 가상현실 속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비싼 경기장을 섭외할 필요도 없다. 연말 회식 장소로도 애용되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한다.
이런 가상현실 게임장은 최근 부쩍 늘었다. 스크린 야구장은 2014년까지 부산에 한 곳도 없었는데, 2015년 8월에 남구 대연동 경성대 앞 1호점이 생긴 후 최근까지 29곳으로 급증했다. VR 게임장은 지난해 10월 처음 생긴 뒤 현재 6곳이 성업 중이다. 최근에는 스크린 사격장과 스크린 경마장도 한두 곳씩 생겼다. 스크린 사격장은 사격 특유의 반동을 즐기면서 실제 실내 사격보다는 위험하지 않아 최근 반응이 뜨겁다. 스크린 승마장은 대표적인 귀족 스포츠인 승마를 도심 속에서 저렴한 가격(20분에 6000원)에 즐길 수 있다. IT기술의 발달로 현실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싼 이용료가 인기 비결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산대 권오륜(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좁고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실내 공간에서 운동을 즐기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스크린 운동의 외연을 확장하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회식 장소로 인기를 끌면서 직장문화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동아대 윤상우(사회학과) 교수는 “인간성을 해친다는 IT가 가상현실 게임으로 직장인 간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IT의 역설. 직장 내 권위주의 문화를 무너뜨리는 핵심 역할을 할 시스템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