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본부장도 시 간부들 눈독
- 벡스코 임원까지 낙하산 예고

부산의 공기업 사장과 본부장 등 임원이 퇴직 공무원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여 ‘관피아’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부산도시공사가 지난달 28일부터 2주간 신임 사장 공모를 시행한 결과 부산시 김영환 경제부시장 등 3명이 응모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3일 알려졌다. 도시공사는 응모자들의 신청서를 검토해 15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서류심사만으로 사장 추천을 할 것인지, 아니면 추후 면접심사를 별도로 시행할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 곽동원 사장은 애초 지난 10월 초 연임되면서 임기가 내년 10월까지였으나 개인 사정으로 사직서를 내는 바람에 이달 말까지 근무한다. 차기 사장을 채용해야 하는 기한이 보름밖에 남지 않아 이번 임추위는 사장 후보의 면접은 생략하고 서류심사만으로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임추위가 사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해 시에 제출하면 시장이 사장을 임명한다. 사장 공모에 표면적으로는 3명이 응모했지만 사실상 김영환 부시장이 내정된 것으로 보여 임추위의 사장 추천 과정은 요식행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장직과 함께 주요 임원인 건설사업본부장 자리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현 김종원 건설사업본부장은 내년 2월 임기를 마친다. 이 자리를 올해 말 퇴직하는 시 김인환 도시계획실장이나 송방환 신공항지원본부장 등 시 기술직 고위 간부가 노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 본부장이 연임되지 않고 시 고위직이 임명되면 현재 도시공사 임원(기획경영본부장·건설사업본부장·감사) 가운데 신문사 기자 출신인 김종명 감사를 제외하고 기획경영본부장(이순학)과 건설사업본부장 모두 시 고위 간부 출신이 맡아 도시공사는 ‘부산시 2중대’라는 볼멘 소리가 안팎에서 나온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공채 1기 출신 간부들이 차기 임원의 잠재 후보가 되면서 시 출신의 낙하산 인사에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낙하산 인사가 온다며 조직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벡스코 임원 자리 역시 시 고위직이 낙하산을 탈 전망이다. 내년 3월 퇴임하는 송근일 벡스코 경영본부장 후임으로 현 부산시 박종문 감사관이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2년 임기의 박 감사관은 조만간 감사관직을 그만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역 공기업의 임원이 시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보여 서병수 시장이 취임 초기 천명한 ‘탈관피아’ 인사 원칙이 임기 말에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참여연대 김종민 공동대표는 “부산의 공기업이 퇴직 시 공무원 자리 만들어주기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주요 임원을 선정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관피아 입성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시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선정 민건태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