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징성 의문 ‘북극곰’ 조형물도
- 둘 다 탈락사유 불구 당선·설치

- 금정구, 제보 받고도 유야무야
- 허술한 검증시스템 도마 위로

6억여 원을 들인 부산 금정구 예술상징물 설치 사업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부산 금정구 만남의광장에 설치된 예술상징물인 ‘금정의 메아리’가 남구 오륙도 SK뷰 앞에 설치된 ‘오륙도 SK(오른쪽)’와 유사해 논란이다. 전민철 기자

금정구는 시설개선사업 일환으로 6억1000만 원을 투입해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첫 휴게소인 ‘만남의 광장’에 일곱 점의 공공미술작품을 설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설치작품 가운데 두 점의 공공미술작품이 도마에 올랐다. 너비 3ｍ 높이 3.2ｍ 규모로 설치된 A 작가의 ‘금정의 메아리’가 공모조건 위반 의혹에 휩싸였다. 이 작품은 A 작가가 2008년 7월에 남구 오륙도 SK뷰 아파트 앞에 설치한 ‘오륙도 SK’와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정구에 설치된 것은 작품 중앙에 구의 상징인 금어를 둘러싼 구름 모양의 형상인데, 남구에 있는 오륙도의 물고기와 바람을 형상화한 작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긴 여정 북극곰’ 작품으로 공모 목적인 ‘구를 상징하는 예술품’에 해당되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금정구의회 박인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미 설치됐거나 유사작품은 결격사유라고 공고에 명시했는데 걸러지지 않아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B 작가의 ‘긴 여정 북극곰’도 입길에 올랐다. 높이 2.6m의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로 제작된 이 작품은 지난해 9월에 열린 작가의 전시회에서 소개된 작품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는 작품 공모에서 ‘구를 상징하는 예술품’을 목적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북극곰을 형상화한 이 작품이 구와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두 작품을 설치하는 데 구는 1억2000만 원을 썼다.

구는 이런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서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구는 A 작가의 작품이 당선된 지난해 11월 ‘남구에 설치된 것과 비슷하다’는 제보를 받아 ‘만남의 광장 제작 설치 자문단’이 이를 조사하도록 했다. 구 이미경 문화예술팀장은 “두 작품의 제작 방법과 상징물의 부착 위치가 다르다고 위원회가 결론을 내려 조처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A 작가는 “작품은 작가 개인의 독창성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큰 틀에서 스타일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평가위원회의 구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구는 총 21명의 미술작품 평가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 중 7명을 무작위로 평가위원으로 선발했다. 21명의 평가위원은 한국조각가협회, 미술학과 교수, 현직 예술가 등 모두 미술계 인사로 구성됐다. 서울시 공공미술위윈장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안규철(조형예술과) 교수는 “공공미술에 작품을 내거나 심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대부분 서로 잘 아는 사이여서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며 “평가위원이 폭 넓은 심의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금정구와 달리 시민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서울시 변서영 디자인정책과장은 “최근 서울광장 보도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데 일반 시민 6000명의 의견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