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채 발행해 SOC 투자 촉구
- 정치권, 지방선거 의식 추측

경남도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남도에 재원 확충을 위해 기채(공채 모집) 발행을 요청했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정책 기조였던 ‘채무 제로’의 변경을 주장한 것이다.

12일 경남도의회 ‘2018년도 경남도 세입·세출 예산안 종합심사’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상원(자유한국당·밀양2) 의원은 “내년 도의 재원이 부족한 데도 채무 제로에 갇혀 있는 것은 좋지 않다”며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어려워 기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만호(〃 함안1) 의원도 “도가 채무 제로 달성을 위해 SOC 투자를 미룬 경향이 있다”며 “기채를 발행했을 때 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 기채를 추진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기채 추진은 홍 전 도지사의 정책 기조와는 대치된다. 홍 전 도지사는 지난해 6월 1조 원이 넘는 채무를 모두 갚았다며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채무 제로 선포식을 가질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채무 제로에 관한 도의회의 입장은 무상급식 식품비 지원 문제와는 반대다. 도의회는 5(도교육청) 대 1(도) 대 4(시·군) 비율이 홍 전 도지사가 결정한 정책 기조이기 때문에 도와 도교육청이 합의한 4 대 2 대 4의 비율을 수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은 도의회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급한 심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동안 채무 제로 정책으로 SOC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조우성(〃창원 11) 의원은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공격적으로 예산 편성을 해달라”고 말했다. 예결위 이규상(〃 김해7) 위원장은 “채무 제로 변경은 내년 지방선거 후 추진해 달라는 의미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이날 질의에 나선 이태춘(〃 양산3) 의원은 “양산 웅상지역 4개 동에 10만 명이 살지만 도가 교통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차라리 주민들 자유의사에 맞춰 부산·울산에 편입되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기채는 도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비교 분석을 통해 도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하겠다”며 “양산 등 지방도 건설이 시급하면 발행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무상급식비 지원 비율 변경이 권한대행의 통상 업무를 벗어난다고 해석한 행정안전부의 답변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행안부에 질의한 결과 분담 비율 변경은 권한대행의 권한에 속한다는 답을 얻었다”며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반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거짓말이 아니라면 공문을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