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14일까지 105척 검사
- 무전기 감도·GPS 일일이 체크
- 소화기·신호탄 등 장비도 살펴
- 수협, 모든 배 화재경보기 기증

“구명조끼가 오래돼 호루라기가 없는 게 있네요. 사서 붙이십시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미포항에서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낚시 어선의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발생한 영흥도 낚싯배 사고를 계기로 벌인 이번 합동점검에는 부산시, 해운대구, 수협 어업정보통신국,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이 참여했다. 곽재훈 전문기자

유조선과 충돌해 15명의 사망자를 낸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에 놀란 부산시와 지자체가 어선 합동 점검에 나섰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미포항에 부산시와 해운대구 공무원과 해양경찰, 수협중앙회 어업정보통신국·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 나온 전문가가 모였다. 영흥도 사고에 따라 부산지역 낚싯배의 안전 점검을 위해서다. 합동 점검반은 6·7일 해운대구를 시작으로, 8일 기장군과 사상구, 오는 11·12일 사하구 영도구, 오는 14일에는 강서구 남구 수영구의 3ｔ 이상 낚시어선 105척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날 합동 점검반은 총 8대의 낚싯배와 2대의 일반어선 등 총 10대를 살펴봤다. 선장실에는 수협중앙회 부산어업정보통신국 정수복 과장이 무전기를 들고 “수협 부산, 수협 부산. 여기는 363 마린호. 감도 체크 중인데 어떤가”라고 물었다. 무전기 너머로 “조금 끊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 과장은 “수신은 잘 된다. 지금 항구에서 점검 중이라 끊기는 것 같다. 나중에 바다에서도 감도 체크해 달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무전기에 쓰인 숫자를 가리켰다. ‘위도 35도09분485초. 경도 129도10분255초’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이게 무전기를 체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사고 났을 때 위치가 신속하게 발송이 안 되면 구조가 어렵습니다. VHS무전기는 무조건 GPS에 연결돼 있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수협중앙회는 수동으로 돼 있던 무선기를 전부 자동으로 바꾸고, 이날 점검한 모든 배에 단독화재경보기를 기증했다.

기관실로 가니 선박안전기술공단 송유택 수석검사원이 엔진을 살펴봤다. 송 검사원은 “새 선박이라 그런지 시설 관리가 아주 잘 됐다”면서도 “다만 배터리가 덮개 없이 설치돼 있는데 바닷물이 튀면 합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장에게 “고무로 된 덮개를 만들어 덮어줘라”고 권했다. 송 검사원은 “시설 점검도 중요하지만 더 큰 것이 사람이다. 안전불감증이야말로 모든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갑판에서는 부산시·해운대구 점검반과 해경이 구명조끼, 소화기, 신호탄, 구명줄 등 안전 장비를 확인했다. 정원에 맞게 구명조끼가 갖춰져 있는지와 관리 상태를 확인하고, 소화기와 신호탄의 제조 연월도 꼼꼼히 살폈다. 보험 가입 여부도 확인했다. 해운대구는 앞으로 선장과 승객의 안전 준수 사항도 교육할 계획이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