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장이 원인 “개선해야” 지적

지난 23일 부산의 한 고사장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던 A군. 그는 4교시 탐구영역 문제를 풀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시험지를 확인해보니 자신이 선택했던 지구과학Ⅰ이 아닌 지구과학Ⅱ를 풀고 있었던 것. 이를 알게된 A군은 곧바로 시험감독관에게 답안지를 바꿔줄 것을 요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부정행위로 간주돼(선택과목 동시 2과목 응시) 전체 시험이 취소된 것이다.

매년 수능이 치러질 때면 부정행위자가 적발된다. 부산에서만 매년 10명 내외의 학생이 적발되고 있다. 유형별로 보면 전자시계나 휴대전화 등 금지물품 반입이 전체의 절반 정도이며 나머지는 4교시 시험 방식 위반이다. 즉 매년 5명 내외의 응시자가 4교시 시험 방식 위반으로 무효가 되는 셈이다. 올해도 부산에서 7명이, 경남에서 6명이 이렇게 시험 무효가 확정됐다. 특히 이들은 적발될 경우 전체 시험이 모두 취소돼 일각에서는 단순 실수가 확인될 경우 일부 시험을 구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능 4교시에는 한국사와 탐구영역 시험이 함께 치러진다. 해당 과목마다 정해진 시간이 있으며, 자신이 선택한 과목 외 시험지는 꺼내면 안된다. 시험을 치는 순서를 임의로 바꾸거나 선택하지 않은 과목을 풀어도 부정행위로 간주돼 시험이 취소된다. 수험생들은 모의고사 등을 통해 여러 번 이 같은 시험 방식을 숙지하지만 정작 시험이 되면 이를 어기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과목을 빨리 푸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 다른 과목을 미리 꺼내서 풀거나, 선택과목 순서를 뒤바꿔 시험을 치르고, 선택하지 않은 과목을 푸는 등 위반행위도 다양하다. 이 경우 전 과목이 취소된다.

여러 번의 연습에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학생의 책임이 1차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A군처럼 긴장으로 인한 단순 실수로 시험 전체가 취소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학탐구는 4개 영역이 모두 Ⅰ·Ⅱ로 나뉘어있어 제2의 A군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수능 4교시 부정행위 적발자 중 단순 실수일 경우 해당 과목만 취소하는 등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교육부에 정식으로 건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만 여 명의 부산 응시생 중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정말 단순 실수인 경우도 있는데 전체 시험 취소는 수험생에게 가혹할 수 있다”며 “이달이나 다음달 교육부가 주관하는 수능 관련 회의가 개최되면 이 같은 내용을 정식으로 건의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