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린 날씨 속 급유선과 충돌

- 탑승객이 직접 112에 신고

- 22명 중 2명 생존확인 안 돼

- 급유선 선장·선원 긴급체포

3일 오전 만선의 꿈을 안고 인천항을 떠났던 낚싯배가 9분 만에 전복되는 해상 참변이 발생했다. 이날 밤까지 탑승객 22명 중 13명이 바다에서 숨지고 2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해양경찰서의 사고 개요 브리핑을 종합하면 낚싯배인 ‘선창1호’(9.77ｔ)는 3일 오전 6시 해경에 출항신고한 후 인천 영흥도 진두항을 떠났다. 출항 9분 만인 오전 6시9분 진두항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336ｔ급유선(명진15호)과 충돌하면서 전복됐다.

이날 배에는 승무원 2명과 낚시꾼 20명 등 22명이 탔다. 사고가 나면서 선창1호에 탔던 사람 중 한 명이 곧바로 112에 신고를 했고, 해경의 고속단정이 신고 접수 33분 만인 오전 6시42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해경이 오던 사이 명진15호 선원이 바다에 표류하던 선창1호 승선자 4명을 구조했다.

사고 당시 선창1호에는 13명이 갇혀 있었고, 나머지 9명은 바다에 빠졌다. 해경은 이날 오후 수색을 벌여 총 20명을 발견했다. 이 중 13명은 숨졌고 7명은 인천 길병원 등으로 후송돼 치료받고 있으며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해경은 경비함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해군도 2500ｔ급 충북함을 비롯한 함정 16척과 해상작전헬기를 투입했고, 육군도 경비정 1척을 사고해역에 보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7시1분 위기관리비서관으로부터 사고 상황에 대한 1차 보고를 받고 “해경과 해군 등이 합심해 구조작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실종자 수색은 물론 사고 경위 파악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 사고 이유는 드러난 게 없다. 우선 흐린 날씨 등 기상 상황이 사고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상청 발표 자료를 보면 이날 오전 7시16분부터 사고 해역에 비가 내렸는데, 사고 당시는 비가 내리기 직전이라 상당히 흐렸고 바람도 초속 7~8ｍ로 다소 강하게 불었다. 다만 파고는 0.5ｍ 이하로 잔잔했다. 해경 관계자는 “두 선박이 영흥대교 교각 사이의 좁은 수로를 통과하려다가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 급유선 탑승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선창1호는 평소 진두항에서 승객을 태워 오전 6시 출항해 오후 5시 전에 귀항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갑오징어와 광어, 우럭 등을 잡으려는 낚시꾼이 이 배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해양경찰서는 급유선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해정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