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손가정 아이 거둬 숙식교육
- 각종 기술전수 홀로서기 도와
- 김병지 등 스포츠 스타도 배출
- 학생 줄어 창의인재센터 추진
“가장 가난한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소외된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라.”(알로이시오 슈월츠 신부, 알로이시오 고교 설립자, 1930~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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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이 된 알로이시오 슈월츠 신부가 생전에 아이들과 손잡고 교정을 걷고 있다. 알로이시오고 제공·국제신문DB |
반세기 동안 부모 없는 아이의 꿈을 키운 부산 서구 암남동의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등학교(이하 알로이시오고)가 내년 2월 9일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부산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통폐합 11개 초중고교에 포함됐다.
알로이시오고는 부모 없는 지역 아이들이 숙식하며 각종 기술을 배워 사회로 진출하는 등용문이었다. 한국전쟁 후 극도의 가난과 혼란을 겪던 부산에 터를 잡은 알로이시오 신부는 마리아 수녀회를 세운 뒤 1969년 서구 암남동에 ‘부산 소년의집 아미고등공민학교’를 시작으로 초등학교(1973년), 중학교(1974년), 고등학교(1976년), 공업전문대학(1980년)을 차례로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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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로이시오고 교정. |
1일 학교에서 만난 알로이시오고의 마지막 학생회장 강환국(19) 군은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 외에 20여 명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는 “다른 학교와 비교해도 부족한 것이 없다. 가족 같은 선후배 사이에서 ‘홀로서기’를 하려고 갈고닦은 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알로이시오고 학생은 1인당 평균 3.2개의 자격증을 땄다. 학교 취업률이 80~90%를 웃돌았다. 1999년 기계공고에서 기계전자공고로 바꿔 기계가공 자동화 IT 분야 등 수업 분야를 넓혔다. 2012년 전국기능대회(모바일 로보틱스 부문)에서 우승한 학생은 대기업에 특채됐다. 학교가 운영한 육상부 축구부 무용부 등에서도 유명인을 배출했다. 축구 국가대표 수문장이었던 김병지 골키퍼와 김정민 전 스키 국가대표는 알로이시오고가 낳은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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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로이시오고 오케스트라가 정명훈 씨의 지휘로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
오케스트라는 학교의 오랜 자랑이었다. 1979년 졸업생과 재학생 80여 명이 모여 창단한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는 매년 정기연주회를 열며 실력을 쌓았다. 2010년에는 정명훈 지휘자와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다니엘 S 김과 박진 지휘자가 알로이시오고 출신이다.
박기수(55) 교장은 알로이시오 신부의 교육관이 현재의 학교를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부의 정신을 본받아 교사는 아버지처럼, 수녀는 어머니처럼 아이를 보살폈다. 교사는 결혼식이나 상견례에 부모 자리를 대신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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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국가대표 수문장을 지낸 김병지. |
알로이시오고가 문을 닫는 건 학생 수가 점점 줄어서다. (재)마리아수녀회 소년의집 학원 이사회(이사장 안경순)는 2015년부터 입학 정원을 받지 않았다. 1990년대 230여 명에 이르던 입학생 수는 점차 줄어 마지막 입학생은 69명에 그쳤다. 이로써 알로이시오고 졸업생 수는 4395명이다. 교사 30여 명은 공립학교 특별채용 시험을 거쳐 임용됐고 나머지 10여 명도 내년 2월부터 공립학교로 출근한다.
학교는 없어지지만 마리아 수녀회 소년의집 학원은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평등한 교육 기회 실현’이라는 알로이시오 신부의 교육 정신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학교를 ‘청소년창의인재센터’(가칭)로 바꾸려고 한다. 김길용(74) 학교법인 발전위원장 겸 부산시 교원 힐링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인재를 키우는 공간으로 변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