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안 전체 악취·오물 뒤덮여
- 부산 북구, 관리 대상자 선정
- 끈질긴 설득 끝에 대청소 단장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먹다 남은 음식물부터 형체를 알 수 없는 잡동사니까지 쓰레기 더미로 뒤덮였다. 애완견 6마리가 질러놓은 배설물이 곳곳에 남았고 곰팡이로 가득 찬 바닥은 퍼렇게 변한 지 오래다. 상한 음식이 가득찬 냉장고는 악취를 풍겼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놀랍게도 3년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모습이다.

	30일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여 있는 A 씨 집 내부 모습. 북구 제공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A 씨는 두 번의 이혼을 겪은 뒤 편집성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3년 전 이곳에 오기 전과 마찬가지로 청소는 그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런 환경에서도 10대인 두 아들은 바르게 자랐다. 가출하거나 말썽부리지 않고 A 씨 곁에서 착실하게 지냈다. A 씨에게 두 아들은 희망이자 버팀목이었다.

A 씨는 기초생활수급비 109만 원으로 근근이 살아왔다. 온전치 못한 정신 때문에 제대로 된 생활은 불가능했다. 그러다 지난 6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장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해들은 북구는 A 씨를 사례관리 대상자로 지정했다. 매주 두세 차례 A 씨 집을 찾아 청소를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낯선 사람을 보고 놀란 A 씨는 매번 문을 잠근 채 대화를 거부했다. 끈질긴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을까. 5개월이 지나자 A 씨가 마음의 문을 열고 집안 청소에 동의했다.

30일은 이런 노력 끝에 청소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북구 구포3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맞춤형 복지팀 등 10명은 A 씨 집 구석구석을 대청소했다. 쓰레기는 끊임 없이 쏟아졌다. 폐가구와 음식물 쓰레기, 각종 생활용품을 밖으로 옮기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50ℓ짜리 쓰레기 봉투를 50개나 사용했지만 다 치우기에는 부족했다. 청소를 끝내고 보니 처리된 쓰레기가 5ｔ에 달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다.

북구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번 주에 장판·도배를 새로 하고 싱크대도 수리해줄 생각이다. 냉장고도 새 걸로 교체해줄 계획이다. 지역의 독지가에게서 A 씨의 큰아들에게 매달 15만 원씩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김영국 구포3동장은 “우리의 관심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 안타까운 삶을 사는 이웃이 많다고 생각하니 사례 발굴에 적극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있던 A 씨 가족이 세상을 향해 날개짓을 할 수 있도록 아낌 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