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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도시'를 찾아서 <41> 헝가리 에게르, 칼라카 밴드의 고성 음악 축제

이민족의 잇단 침탈 흔적… 헝가리 민속음악 축제로 치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28 19:27:1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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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침입으로 도시 파괴·재건
- 오스만 터키·오스트리아 식민지
- 성 굳건히 지킨 장군 이슈트반
- 찬란한 문화·아픔의 자취 공존

- 칼라카 밴드 중심 다양한 공연
- 가족 단위 지역민 자발적 참여
- 가설무대 앞서 자유롭게 즐겨
- 유물 감상하거나 성벽 산책도

그해 여름 여행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공항에서 버스로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에 가서 헝가리(Hungary)와 루마니아(Rumania)를 둘러보는 약 40일간의 여정으로 짜였다. 그런 긴 일정 도중에는 여정에 상관없이 불가피하게 머물러야 하는 도시도 있기 마련이다. 헝가리 에게르(Eger)가 그 경우인데 부다페스트(Budapest)에서 미슈콜츠(Miskolc)로 가기 위해서 차를 갈아타려고 잠시 머물려 하다가 나흘이나 눌러앉았다.
에게르 성에서 본 도시 전경
커피숍에서 환승을 기다리다가 창문에 붙어있는 포스터 ‘칼라카 축제 36(Kalaka Festival 36)’에 관해서 물어보자, 여주인은 꼭 보고 가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저자가 불분명한 ‘칼라카-첫 40년간’(Kalaka - The First 40 Years)을 건네준다.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면서 10여 년간 부산 지역 축제에 관련된 일을 했던 나로서는 뭔지 모르지만 변방 도시의 축제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 복잡한 역사 지닌 오래된 도시

오스만 터키가 지은 건축물 ‘미나렛’
그 여주인이 소개한 1층 식당, 2층 잠자리로 되어 있는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아, 이게 뭐지? 속았다’라는 생각으로 예약을 취소할 겨를도 없이, 노인은 재빠르게 방을 배정하고는 사라진다. 방구석에 배낭을 밀어 놓은 채 숙소의 2층을 둘러보니, 낡은 액자에 ‘1863~1922’라는 연도와 함께 자필 서명을 한 빛바랜 사진, 화려한 색깔이 회색으로 바랜 전통의상을 입은 자매의 사진, 낡은 벽시계와 탁자, 수동 커피 분쇄기 등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숙소를 나서 다시 그 커피숍으로 가서는 지도와 팸플릿을 펼쳐 놓고 여정을 그리자, 그 여주인은 상긋한 웃음으로 가르도니(Geza Gardonyi, 1863년 8월 3일~1922년 10월 30일)의 ‘초승달의 일식(Eclipse of the Crescent Moon)’도 건넨다. ‘초승달의 일식’은 에게르 성을 둘러싼 오스만 터키와 헝가리의 전쟁에 관한 역사소설이며, 그 흔적은 아직도 도시 전역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덧붙인다.

헝가리 민족 마자르족(Magyar)이 세운 오래된 도시, 에게르는 땅을 뜻하는 라틴어(ager)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독일어로 ‘노인의 과수원’을 뜻하는 에를라우(Erlen-au)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에게르는 몽골의 침공(1241년)을 받았고, 오스만 터키와 헝가리가 맞붙은 모하치 전투(Mohacs Battle, 1526년 8월 29일)에서 헝가리군이 대패한 데 따른 영향을 받는다. 뒤이어 이슬람의 통치(1596~1687년) 그리고 오스만 터키와의 두 번째 전투(1687년 8월 12일)에서 승리하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Habsburg, 1688~1911년)를 받는 복잡한 역사로 이어진다.

■ 칼라카축제를 우연히 만난 행운

이슈트반의 동상
에게르 성(The Castle of Eger)은 몽골의 침입(1241년)으로 파괴되었지만, 다시 건설된다. 1552년 오스만 터키의 침공을 제지하지만, 재침공(1596년)을 받고 함락된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침공에 저항하여 도시를 지킨 이슈트반(Istvan Baron Dobo de Ruszka, 1502~1572년)의 동상, 그 후 재침공 끝에 승리를 거둔 오스만 터키가 지은 오래된 건축물 미나렛(Minaret), 그러는 사이 오스만 터키에서 도입돼 이곳의 일상생활 속에 자리한 커피 가게들이 중앙광장에 자리한다. 그 역사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풍경이다.

광장 곳곳에 바람에 나부끼는 ‘칼라카 축제 36’깃발을 따라 성으로 발길을 옮긴다. ‘함께 일하는 것’을 뜻하는 칼라카는 헝가리 전통 민속음악을 현대음악으로 연주하는, 널리 알려진 밴드(1969년 11월 26일 결성)이다. 그 밴드만의 연주회가 변방 도시의 고성에서 열리고 있으며, 우연히 들른 그 변방에서 축제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일정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자유로운 여행에서만 얻는 행운이었다.

칼라카 축제서 공연하는 밴드
부다페스트에서 미슈콜츠로 바로 갔다면 그 행운은 강렬한 안타까움으로 남았을 것이다. 원래 해외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칼라카 밴드는 중·동유럽에 민속음악축제가 없음을 고민하다가 미슈콜츠에 있는 중세의 성 디오시죄르(Diosgyor)에서 그 첫 번째 연주회(1980년 7월)를 열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노래시를 대중에게 알린다. 그러다가 2012년 그 축제의 현장을 에게르 성으로 옮겨 현재까지 축제를 열고 있다.

■ 모두 자유롭게 즐기는 축제

축제를 즐기는 주민들
그 축제가 열리는 성으로 가는 길에 지역민(2016년 기준 5만4480명) 가족들이 국가와 도시의 문양을 들고 다 모이는 것 같이 붐빈다. 외국 이방인 홀로 그 가족들과 함께 성의 어디라도 자리를 만들어 앉아서 칼라카 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그룹들의 연주를 즐긴다. 참여자들은 취향에 따라서 성의 곳곳에 세워진 가설무대 앞을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연주 음악에 싫증이 나면 성을 굳건히 지킨 장군의 이름을 빌려온 이슈트반 박물관, 전시관, 도서관 등에서 유물과 미술품을 감상하거나 성벽을 거닐면서 산책을 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멀리서 귀에 익거나 자기 취향에 맞은 연주가 들려오면 다시 가설무대로 가기도 한다.

에게르에서 보낸 나흘은 나에게 다시금 축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축제란 유명 연예인들을 불러 사람들을 모으거나 동원하는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즐기는 문화 소통의 공간이다. 다시금 부산의 축제들을 떠올려 보았다.

민병욱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bmw@p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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