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친척·지인 무료로 이용
- 공간확보부터 리모델링까지
- 주민공동체가 직접 관리·운영

“집이 좁아서 항상 친척이나 지인에게 하룻밤 묵고 가라고 말씀을 못 드렸는데 이제 소원 풀었죠. 낮에는 아이들 공부방으로도 쓸 수 있어 다들 만족합니다.” (손정미·여·53·아미동 11통 통장)

	30일 문을 여는 부산 서구 아미동의 주민 전용 게스트하우스 내부 모습.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다. 부산 서구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구 아미동에서 주민을 찾은 친척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주민 게스트하우스인 ‘우리집(Our House)’ 1호점을 개관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찾은 우리집 1호점은 아미문화학습관과 기찻집 예술체험장 인근의 좁은 골목을 지나 일반 주택 1, 2층에 132㎡(약 40평) 규모로 마련됐다. 낡은 주택 외부와 달리 내부는 새 벽지와 바닥재, 전기 콘센트 등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부산에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주민이 운영하며 외지인에게 숙박료를 받는 게스트하우스는 있었지만, 주민만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는 서구 우리집 1호점이 처음이다. 친척 등이 방문해도 머물 공간이 부족했던 주민의 의사가 반영됐다.

아미동과 초장동은 한국전쟁 이후 일본인 공동묘지에 피난민이 정착하기 시작한 마을로 어두운 골목길과 가파른 경사로, 노후 주택 등이 많다. 국민디자인단 조사 보고서를 보면 아미동과 초장동은 최근 30년간 인구의 64%가 줄었고 방치된 폐가와 공가는 765채에 달했다. 주민공동체가 많다는 점은 아미동과 초장동의 강점이었다. 이곳에는 ‘아미맘스’ ‘건강마을만들기 주민협의체’ 등 37개 주민공동체가 활동 중이다. 국민디자인단이 주민공동체와 주민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하고 현장을 조사하자, 이들은 ‘마을 역사 박물관 조성’ ‘공동 거실 마련’ ‘택배 공동 보관소’ ‘오르막 쉼터 조성’ 등을 제시했고 이 가운데 주민 전용 게스트하우스가 최종 낙점됐다.

주민 게스트하우스 공간 확보와 리모델링도 주민 공동체가 도맡았다. 빈집을 물색해 동의를 받아 아미동 한 곳과 초장동 한 곳을 3년간 무료로 사용하기로 했다. 주민이 참여하는 집수리단인 ‘마을지기집 수리단’이 주택 외·내부를 리모델링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도 주민공동체가 맡는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5월 서구가 행정안전부의 국민디자인단 사업에 참여해 사업비 2000만 원을 받아 추진됐다. 서구 국민디자인단에는 부산대 우신구(건축학과) 교수, 주민협의체 윤지선 대표, 서비스디자이너 송기연 씨 등 전문가와 구 담당자 등 9명이 참여했다. 최근 행안부 국민디자인단 성과 공유 대회에서 우수상(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서구 창조도시과 관계자는 “6개월간 활동해보니 열악한 주거공간에 대한 주민의 낮은 자존감이 문제임을 알았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리모델링하고 운영한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초장동 주민 게스트하우스는 내년 초 개관을 목표로 현재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